의지의 세이브였다.
지난 8월 31일 KIA는 치열한 순위경쟁 상대인 SK를 7-5로 꺾었다. 선발 헥터 노에시가 초반 5점을 내주고 흔들렸지만 중반이후 무실점으로 막으로 발판을 놓았고 타선이 터졌다. 특히 9회 1사후 마운드에 오른 윤석민이 제구의 고전속에서도 실점없이 버티며 승리를 지켰다.
9회가 시작되기전부터 윤석민은 불펜에서 몸을 풀었다. 8회말 서동욱의 적시타로 한 점을 보태 7-5로 달아나면서 여유가 생겼다. 윤석민은 9회 한승혁이 한 타자를 맡으면 바로 올리겠다는 메시지를 듣고 준비했다. 불펜에서 경기상황을 지켜보면서 볼을 던졌고 9회 1사가 되자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힘들었던 세이브였다. 첫 타자 김성현은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지만 박재상에게 안타를 맞고 연속으로 2개의 사구를 내주었다. 김기태 감독까지 그라운드에 올라와 흐름을 끊어주었고 흔들리지 않고 마지막 타자 정의윤을 2루 뜬공으로 잡고 경기를 지켰다.
최고구속이 144km에 그칠만큼 윤석민은 어깨상태가 완전하지 않다. 어깨가 안좋은 이유는 관절이 웃자라면서 근육에 염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메스를 대면 주변 근육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수술도 힘들다. 치밀한 관리를 하면서 볼을 던져야 한다.
그러나 통증이 다시 생길 수도 있어 예전처럼 확실하게 볼을 던지지 못한다. 그래서 볼을 잘 때리지 못한다. 투수들은 볼을 때린다는 표현을 하는데 확실하게 볼을 끌고나와 릴리스하는 것이다. 그래서 스피드도 낮고 변화구도 예리하지 못하다.
이대로 시즌을 마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윤석민은 1군에 올라오고 싶어했다. 단 3경기만 던지고 시즌을 마치기는 스스로 용납하기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퓨처스 실전에서 좋은 구위는 아니었지만 1군의 긴장감 넘치는 마운드에 오르면 구위와 스피드는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이대진 코치에게는 "민폐끼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특히 팀이 4강 혹은 5강 싸움에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려는 의지도 강했다. KIA는 2011년 이후 4년동안 가을 무대를 밟지 못했다. 동료들이 매 경기를 결승전처럼 뛰는 것을 알기 때문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것 같다. 윤석민은 4개월여만에 마운드에 올라와 힘들었지만 자신의 의지를 실현했다.
윤석민은 이날 시즌 첫 세이브를 따내며 통산 75세이브를 따냈다. 공교롭게도 그의 승수는 76승이다. 데뷔 이후 불펜과 선발을 오간 마당쇠의 역사가 고스란히 드러난 기록이다. 그에게는 모든 승리와 세이브가 귀중할 것이다. 이날도 스스로 약속을 지키면서 의지로 따낸 값진 세이브였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