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은(32·롯데)의 별명 '노경은총'처럼 롯데 선발진에 은총이 내렸다.
노경은의 전성기는 두산 소속이던 지난 2012~2013년이었다. 2012년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해 선발로 마감했다. 성적은 에이스급이었다. 42경기(18선발) 12승 6패 7홀드 평균자책점 2.53의 성적을 찍으며 날개를 폈다. 그리고 2013년 풀타임 선발로 나서며 30경기 10승10패 평균자책점 3.84의 성적을 남겼다.
토종 최다 이닝 2위(326⅓이닝), 탈삼진 토종 1위(286개), 퀄리티 스타트 토종 1위(33번) 등 노경은은 2년간 대부분의 기록에서 토종 선발 가운데 으뜸이었다. 순탄했던 2년의 전성기. 하지만 전성기가 너무 짧았다. 14년부터 올해 초까지, 부상과 부진 등으로 긴 침체기에 빠졌고 올해는 임의탈퇴 철회 파동까지 겪으며 롯데로 트레이드되어 왔다.
노경은의 부활에 회의적인 시선도 많았다. 그러나 노경은은 보란듯이 부활했다. 비록 전성기처럼 150km를 넘너들던 빠른공으로 윽박지르던 압도적인 투구는 아니지만, 노경은은 예전의 모습에 비슷하게 다가서고 있다.
노경은은 지난달 31일 사직 LG전에서 6이닝 동안 94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1피홈런) 4볼넷 4탈삼진 1실점 역투로 3승을 거뒀다. 롯데는 노경은의 역투를 발판 삼아 9-1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노경은은 최근 6경기에서 5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평균자책점은 3.44까지 찍었다. 최근 6경기의 모습은 계산이 서는 선발 투수, 더 나아가 에이스급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경기 후 만난 노경은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그는 "운칠기삼인 것 같다"고 멋쩍은 듯 웃었지만, 심적으로 편안해진 듯 했다.
노경은 합류 이후 조원우 롯데 감독은 믿음을 주는 동시에 편안한 마음을 갖게끔 했다. "퀄리티 스타트만 하면 충분히 제 몫을 다한 것이다"며 노경은에 부담감을 심어주지 않으려 배려했다. 그러자 트레이드 이후 첫 8경기(6선발) 평균자책점 8.13은 현재의 호성적으로 반등했다.
노경은은 스스로 꼽은 반등의 이유로 오기를 꼽았다. 그는 "예전에는 '맞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최근에는 앞선 타석에서 안타를 친 타자가 나올 경우 오히려 기다리게 된다. 오기가 생겨서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제는 타자와 승부를 지레 겁먹고 피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투구를 한다는 의미.
아울러 최근 구사율이 높아지고 있는 투심 패스트볼을 구사하고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LG전에서도 36개의 투심을 던져 타자들과 승부를 펼쳤다. 그 결과 7개의 땅볼 아웃을 기록했다. 최근 좋았던 6경기 동안 땅볼/뜬공 비율은 1.75에 달한다.
"최근 자신 있게 투구를 할 수 있던 것도 투심 패스트볼 덕분이다. 내 공을 믿고 일단 쳐보라고 공을 던지고 결과는 나중에 생각하려고 하는 것이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 노경은의 말이다.
자신감과 오기, 그리고 투심 패스트볼의 장착이 노경은의 반등을 만들었다. 인터뷰 말미에 "나는 아직 3승 투수다"며 최근의 페이스에도 손사래를 쳤지만 현재 롯데 선발 마운드를 이끌고 있는 투수는 노경은이다. '노경은총'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선발진에 은총을 내리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