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을 열어보니 튀니지는 속 빈 강정이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31일 오후 7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6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튀니지를 99-72로 물리쳤다. 1차전서 65-59로 이겼던 한국은 평가전 2연승을 달렸다.
내용만 놓고 보면 한국의 완승이었다. 한국은 206cm가 넘는 장대 세 명이 동시에 뛰는 튀니지를 상대로 리바운드서 32-25로 오히려 앞섰다. 튀니지는 무려 19개의 실책을 범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한국의 정확한 3점슛 16개 폭격에 튀니지는 무기력했다. 시차적응이 덜 될 1차전보다 오히려 2차전의 경기내용이 좋지 않았다. 튀니지는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자 후반전 사실상 경기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승패보다 내용에 의미를 둬야하는 평가전의 특성상 아쉬운 부분이다.
사정이 있었다. 튀니지를 지휘했던 케릴 벤 아므르 감독은 한국과 2차전을 끝으로 국가대표 지휘봉을 놨다. 2016 리우 올림픽 진출 실패 등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것. 2차전 후 공식 기자회견에 모나엠 아운 코치가 대신 참석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아운 코치는 “난 팀의 두 번째 코치다. 현 감독은 한국전을 끝으로 사임했다. 감독과 튀니지 농구협회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 튀니지 농구협회에서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말하기가 곤란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최정예 선수가 빠진 튀니지는 전력도 기대이하였다. 신장과 체격은 좋았지만 조직력이 형편없었다. 튀니지는 한국의 외곽슛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 튀니지 선수들도 타이틀이 걸리지 않은 한국과의 친선전에서 큰 동기부여를 찾기 어려웠다.
아운 코치는 “우리는 시즌을 준비하는 상태가 아니라서 훈련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전반전 시작이 좋지 않았다. NBA에서 뛰는 사라 메즈리 등 팀내 최고선수들이 차출되지 못했다. 오늘은 우리 슛이 좋지 않았다. 최고슈터가 뛰지 않았다. 우리 몸이 정상이 아니라 한국과 좋은 경기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튀니지의 전력이 100%가 아니었던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안방에서 가진 두 차례 평가전은 한국에게 큰 경험이 됐다. 다만 2연승을 했다고 너무 자만해서도 곤란하다.
아운 코치는 “한국에 대해 정보가 많았지만 3점슛이 인상적이다. 한국은 아시아챌린지에서 더 큰 센터들과 대결해야 한다. 속공과 일대일 돌파, 3점슛 등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선수들이 빈 공간을 잘 찾아갔다. 한국의 그런 점을 좋아한다”며 조언도 잊지 않았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실실내체=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