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웅-허훈 형제, 태극마크 자격 증명하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9.01 06: 46

농구대통령의 아들들이 실력으로 태극마크 자격을 증명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31일 오후 7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6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튀니지를 99-72로 물리쳤다. 1차전서 65-59로 이겼던 한국은 평가전 2연승을 달렸다. 
소집 전부터 이번 대표팀의 화제는 단연 허 부자에게 모아졌다. 아버지가 대표팀 감독을 맡고, 그 밑에서 형제가 나란히 뛰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 허재 감독이 “냉정하게 아들이 아닌 선수로 보겠다”고 했지만, 불씨는 남아있었다. 

특히 허웅의 경우 논란의 중심이었다. 존스컵에서 허웅이 부진하자 팬들은 그의 SNS에 비판의 글을 도배했다. 의기소침한 허웅은 1차전까지도 슛이 터지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허웅은 튀니지와 2차전에서 실력을 증명했다. 그는 3점슛 4개 포함, 팀내 최다 23점을 올리며 분전했다. 승부가 갈린 4쿼터에 허웅은 3점슛 3개를 꽂아 선수들을 놀라게 했다. 
허훈도 제 몫을 다했다. 김시래가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가운데 허훈은 김선형과 대표팀 가드진을 도맡고 있다. 허훈은 16분을 뛰면서 7점, 1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했다. 대표팀 선수들 가운데서도 창의적인 패스와 돌파는 허훈이 가장 낫다는 평가다. 
경기 후 허훈은 “대표팀에 온 초반에 안 맞은 것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대학생이다보니 그랬다. 운동을 같이 하다 보니 점점 맞아간다. 형들이 이야기해주면 잘 듣는다”고 설명했다. 
태극마크 논란에 대한 솔직한 심정은 어떨까. 허훈은 “농구하면서 계속 그런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개의치 않는다. 열심히 하다보면 인정받을 것”이라며 웃었다. 
허웅, 허훈 형제는 동시에 뛰면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3쿼터 종료와 동시에 허훈이 내준 패스를 허웅이 버저비터로 연결했다. 허훈은 “형이 버저비터를 넣어서 따로 좋았던 것은 아니다. 찬스가 나서 공을 뿌려주는 것이 내 역할이다. 거기에 형이 서 있어서 줬던 것뿐이다. 따로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고 넘겼다. 
대표팀 형들도 형제들을 아끼고 있다. 조성민은 “허웅이 1차전에 주눅이 들어있었다. 오늘 자신감을 찾아서 그것이 가장 기분이 좋다. 젊은 선수들은 그래야 흥이 나서 저돌적으로 한다”며 동생을 챙겼다. 
김선형 역시 “훈이가 경기 뛰는 걸 보니 붙여서 빼주는 걸 되게 잘하더라. 대학생이지만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무조건 내가 마무리하는 선수가 아닌 빼줄 수 있는 가드가 되고 싶다”며 허훈의 실력을 인정했다. 
아버지가 감독을 맡은 대표팀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한 허웅-허훈 형제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두 선수는 실력으로 선입견을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실실내체=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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