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쪽진 머리를 한 채 아련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다 또르르 눈물 한 방울을 흘리고 마는 소녀는 이제 없다. ‘구르미 그린 달빛’ 속 남장여자로 변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능청스러운 면모를 뽐내고 있는 김유정 이야기다.
올해 열여덟, 아직 미성년자이지만 필모그래피만큼은 누구보다 두텁다. 교복과 한복을 주로 입었지만 각 작품 속 김유정의 얼굴은 항상 조금씩 달랐다. 그러나 나이에 비해 긴 연기 경력에서 쌓인 이미지를 확실히 깰 만한 영화나 드라마는 만나지 못했던 것도 사실.
그런 김유정이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남장을 하고 내시로서 궁에 입궐한 홍라온 역으로 1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언급했듯 김유정은 교복 만큼 한복을 많이 입었던 배우고, 팩션을 바탕으로 만든 퓨전 사극도 해 본 일이 있다. 응당 비슷한 이미지의 역이리라 생각했던 것도 잠시. 김유정이 연기하는 홍라온은 이전의 그와 전혀 달랐다.
먼저 김유정은 자신이 연기할 수 있는 최적의 캐릭터를 만났다. 남장여자의 모습으로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설정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중성적인 매력이 필요한데, ‘구르미 그린 달빛’ 속 그는 영락없는 미소년이다. 일부러 낮게 깐 목소리가 어색하지 않았다는 점도 한몫 했다. 그러면서도 상투를 풀면 금세 여성미를 뿜는 모습에 감탄이 나온다.
오랜 사극 경험으로 다져진 안정적인 연기력과 발성도 홍라온 캐릭터를 돋보이게 만드는 데 주효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김유정이 홍라온을 맡아줘서 고맙다는 반응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 ‘구르미 그린 달빛’ 4회 만에 굳어진 이미지를 깬 김유정이 연기 폭을 더 넓혀가는 모습이 기대된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