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차승원 하면 대중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어떤 음식이든 척척 만들어내는 '차줌마' 캐릭터다. 그가 맡았던 여느 배역들 못지 않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이 캐릭터는 모델 출신의 연기파 배우 차승원이 가진 기존 이미지에 기막힌 반전을 줬고, 그에게 제2의 이름(?)을 붙여줬다.
차승원은 3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출연중인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에 대해 "우리에게 일상적인 프로그램이다. 방송을 목적으로, 혹 뭔가를 목적으로 (고창에)간다기 보다는, 우리가 있는 걸 그들이 찍고 싶어서 찍는 거라고 얘기한다"고 말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만큼 '삼시세끼'는 편안하게 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없는 프로그램이다. 그 때문에 차승원은 "거기서 사람들이 밖에 나와서 어떤 일을 하건 그 공간 안에서는 별개의 인물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고 했다. 새로운 작품은 아니면서, 현실 세계와는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
"저 사람이 자꾸만 내가 보기에도 만재도나 고창에서 유해진, 차승원, 손호준, 남주혁이 밖에 있는 그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들만의 세상이죠. 그걸 누군가가 찍어주겠다고 하는 거예요. 만약 유해진 씨가 이 안에 (껄끄러운)뭔가가 있었으면 합류를 안 했을 거예요. 그런데 그것('삼시세끼'에서의 새로운 경험)에 대한 애틋함, 기대감이 있어요. 힘들고 그렇지만, 다 모였을때 소소한 재미가 있달까요. 보시는 분도 그렇지만 우리끼리 재미가 있어요. 그런 게 차곡차곡 쌓여요. TV에서 보니까 '삼시세끼'가 프로그램이나 별개의 다른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뭔가 덜 하게 되고 분주하게 안 하려고 하고. 나영석PD도 뭘 잘 안 시켜요. 시킨다고 해도 잘 안 하니까. '늦게 일어나세요. 스태프들이 일찍 와서 찍어야 하니까 늦게 일어나세요'해도 다들 여섯시 반 이렇게 일어나죠.(웃음)"
'고산자, 대동여지도'에서 차승원은 조선 말기, 백성들을 위해 새로운 차원의 지도를 만든 지도꾼 김정호 역할을 맡았다. 집념에 가득하면서도 '허당기'가 있는 김정호의 모습은 현대적인 외모의 차승원과 의외로 잘 어울려 보는 이들의 몰입을 끌어낸다. 차승원은 이 같은 김정호의 캐릭터를 "정상적이진 않으셨던 것 같다"고 표현해 웃음을 자아냈다.
"목판본을 보면서 유추해 보건대 정상적이진 않으셨던 거 같아요. 분명 정상적인 개인사가 있었던 분은 아니었죠. 기록에, 친구들이 증언한 바에 의하면 20세 전부터 지도에 관심이 많았고 몇 권의 책을 편집했고 그 이전에 지도 몇 개를 만들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외곬수에요. 뭔가에 미쳐있는 사람이었던 것만은 (영화와) 비슷해요.(중략) 뭐라 그래야 하나. '이거 어떻게 이런 생각을 어떻게 하지?' 생각했어요.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고산자, 대동여지도' 속에는 이 '삼시세끼'의 프로그램 이름을 이용한 유머가 등장한다. 차승원은 이 부분이 자신의 애드리브가 아닌 강우석 감독의 제안이었음을 밝히며 "나는 갸우뚱했다"고 표현해 웃음을 줬다.
"반대보다는 (유머를 쓰자는) 찬성의 의견이 많았어요. 사실 나는 갸우뚱했어요. 네비게이션(유머)도 갸우뚱했어요. 그래서 나중에 정리를 하시겠지 했는데..아마, 그 시나리오를 여러 분들에게 모니터링 하셨을 거예요. 여러 의견을 종합해보건대 빼는 것보다 앞의 여정과 감정이 휘몰아치는 중반 이후의 내용을 감안해보건대 앞에 그런 장면들을 배치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해서 완충작용으로 넣은 것 같아요."
차승원은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헐렁헐렁한 구석이 많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위인의 삶에 대해 거창하고 교육적인 말을 하기보다는 "가족끼리 보기 좋다" 싶은 영화로 알리고 싶다고. 문득, 상이 딱 벌어질 요리들을 만들어 놓고는 아무렇지 않게 식구들과의 식사에만 집중하는, 시크한 '삼시세끼' 속 '차줌마'의 모습이 겹쳤다.
"이 영화는 전체관람가고요. 그냥 교육적인 내용은 얘기 안 할게요. 보셔서 아시겠지만 포스터만 보면 헐렁헐렁한 구석이 많은, 웃음이 많은 영화입니다. 한번쯤, 이 사람에 대해서, 한 인간의 삶에 대해 한 번 보시고 전혀 보지 못했던 풍광이 펼쳐지니 가족 모두가 보시기에 좋네, 이런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ujenej@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