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별, "와서 그냥 안아주는 듯한 해금의 매력"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6.09.01 17: 36

해금솔리스트인 꽃별이 5년만에 돌아왔다. 그가 정성스레 만들어 5년만에 세상에 내놓은 앨범은 6집 '고요의 시간'.
1일 발매된 이번 앨범은 전작인 5집 ’숲의 시간’의 감성을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다른 느낌이다. 5집을 마치고 "10년 동안 진짜 빡세게 살았구나란 생각을 했다"란 꽃별은 느긋하게, 그러면서도 가장 자신답게 새 앨범을 만들었다.
"과연 해금이 나랑 맞나란 생각도 했다"란 그의 말은 누구에게나 공감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그에게 새 앨범까지 5년이란 시간은 너무 길지 않았냐고 물었다.

"더 농밀한 음악을 담고 싶었어요. 그 전에는 이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어요. 경주마 달리듯 달려왔죠. 5년이란 시간 동안 평화롭고 해금다운 소리를 찾고 내 자신도 함께 돌아보게 됐어요, 여유도 찾고. 나한테 너무 쪼였던 것을 풀었던 시간이에요. 긴 여행도 다녀왔고요."
전작 앨범들이 매우 다채로운 악기의 구성으로 감성을 표현 했다면 이번 앨범에는 기타, 피아노, 대금, 단소, 타 현 악기인 양금 등 전작에 비해 미니멀 하게 구성됐다.
세션에 참여한 화려한 연주자들은 그의 오랜 동료들이다. 클래식을 전공한 재즈피아니스트 이건민, 일렉트로닉 사운드 재즈그룹 웹트리노(Webtrino)를 거쳐 모던록밴드 못(Mot)의 멤버로 활동 중인 기타리스트 유웅렬, 국립국악원창작악단의 대금연주자 이명훈, 국악 타악계의 독보적인 양금 연주자 최휘선, 그리고 다양한 세션활동을 펼쳐온 베이시스트 윤종률 등 각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연습을 함께 8개월 정도 했는데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시간이었단다. "음반 하나를 만들기 위한 작업만은 아니었어요. 천천히 무언가를 완성해가는 시간. 사실 누가 음반 연습을 8개월 동안 해주겠어요"란 그의 말에서는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 묻어났다.
"스며드는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4집까지는 화려하고 귀에 딱 꽂히는 선율이었다면 이제는 흥얼흥얼하게 만들고 보다 익숙한, 그러면서도 '이게 해금이라고?'란 말이 나올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죠. 오케스트라와 협연도 하는 등 여러 작업들을 열심히 해내며 4집을 마쳤을 때는 기쁨과 동시에 약간의 피로감이 생기더라고요. 허무함도요. 그런게 동시에 일어나면서 내 안에서 막 폭풍이 쳤어요. 무대에서 엄청나게 많은 활동을 신명나게 하고 나니 '폭풍이 이제 지나갔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휘몰아쳤던 거죠. 이번 앨범에서는 폭풍이 지나가고 난 후 평화로움을 담고 싶었어요."
해금은 날카롭고 명료한 느낌의 악기다. 그걸 뾰족함 없이, 즉 '자극없이' 최대한 그냥 와서 안아주듯이 그렇게 소리를 내고 싶었단다. 사운드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그는 이번 앨범에 대해 '포기하지 않은 음반'이라고도 설명했다. "돈, 시간, 실력에 대한 타협이 없었어요. 몸이 안 따라 줄 때도 있고 때로는 시간, 또 때로는 실력이 안 따라 줄 때가 있는데 이번 앨범은 여러 면에서 고집을 많이 부렸죠."
수록곡으로는 맑고 세련된 기타가 펼치는 뉴에이지의 향취와 관악기가 이루는 전통의 색이 해금의 나른한 서정에 어우러지는 ‘새벽 숲’을 비롯해 한없이 따사로운 ‘살랑, 작은 바람’과‘ 그 봄날’이나 쓸쓸함과 처연함이 느껴지는 ‘꽃이 지기로 소니’, ‘바람을탓하랴’, 흡사 히사이시조(久石讓)를 연상케 하는 피아노와 유려한 선율로 전개되는 ‘옛날 이야기 하던 오후’ 등이 있다.
결과물에 대한 만족감에 대해 묻자 "이런 걸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또 만들고 나니 '사람들이 좋아할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걸 대중도 좋아할까'란 생각 혹은 걱정. 만족은 또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국내 대표 해금 연주자이자 스타 국인인으로서 국악에 대한 책임감에 대해 물었다.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어릴 적부터 음악을 해 오고 23살에 데뷔해 자연스럽게 음악을 했지만 책임감이나 전통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몰랐어요. '중학교 때부터 했다고 해서 어떻게 이걸 내가 책임져'란 생각이 들었죠. 난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거 할 뿐이라고. 그런데 이렇게 음악을 하고 13년이 지나니 어쩔 수 없이 책임감을 안 느낄 수 없어요."
라디오는 그에게 우리 음악을 사랑하는 큰 계기가 됐다. 국악방송을 진행한 지 2년여가 된 그는 국악만이 아닌 여러 음악을 많이 듣게 되면서 오히려 '우리 음악의 아름다움은 여기에 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멀었던 거죠. 책임감을 그래서 가질 수 밖에 없어요. 대중이 접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좋아하겠어요. 그게 우리 국악인들이 갖고 있는 숙제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람들이 국악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까.
"저희 또래가 많이 하는 고민이에요. 직접 겪은 일이기 때문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좋아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익숙하게 할 수 있는 게 중요하고요. 초등학교 때 단소란 악기를 배우잖아요. 근데 그게 굉장히 어려운 악기에요. 단순하기 때문에 배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애들에게 많이 접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가야금과 그 치는 모습이 아름답잖아요. 아이들의 시각에서 흥미를 가질 수 있게, 그런 쪽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의 음악은 해금 연주이지만 장르에 국한할 수 없다. 예전에는 퓨전음악. 3집과 4집을 하면서는 월드뮤직, 5집에는 뉴에이지 음악이란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는 개인적으로는 이런 장르구분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단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해금'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해금의 매력은 정말 무한해요. 처음에 해금이 내게 줬던 인상은 주인없는 고양이 같은, 한 마디로 길고양이 같은 느낌이었어요. 비를 쫄딱 맞고 울고 있는. 여린 목소리를 갖고 있는 앙칼진 생명체. 그러면서도 휙 상처를 낼 수도 있는 날카로움과 칼날같은 감성을 갖고 있죠. 하지만 반면에 그 아래에는, 그리고 그 안에는 슬픔이 있어요. 아주 많은 음악을 했어요. 정말 즐거운 음악도, 말랑한 음악도, 록 장르도, 아주 여러 장르를 했어요. 웬만한 크로스오버를 다 해봤다고 할 수 있죠. 그 모든 것에도 해금은 슬픔을 고유하게 갖고 있어요. 그게 처음에는 벗어나고 싶었는데, 나중에는 위로가 되더라고요. '해금이 오직 슬픔만 갖고 있는 건 아니에요'란 말을 드리고 싶어요. 슬픔을 얘기하는 게 슬픔을 위로해주는 큰 방법이 될 수 있어요. 내면에 슬픔을 품고 있기에 좀 더 위로할 수 있는 거죠. 울어서 슬퍼지는 게 아니라 울어서 개운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은 평화로운 음악이에요. 평화롭게 흘러가는데 왠지 할머니 손을 잡고 걸었던 것이 생각나는..찡하게 나의 인생의 한 장면이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 nyc@osen.co.kr
[사진] 소노르 뮤직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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