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몬스터’, 박영규의 밥상머리 일갈이 통쾌한 이유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8.31 06: 50

‘현대판 고려장’이 다시금 드라마에 등장했다. 현실 속에서 비슷한 사건들이 난무하고, 수많은 작품들이 이를 극화했지만 몇 번을 다시 봐도 분노를 자아내는 광경이다. 실컷 부모 덕을 보고 살다가 이빨이고 발톱이고 다 빠지고 나면 홱 돌아서 버리는 가족들의 이야기. ‘몬스터’ 속 치매에 걸린 박영규를 두고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30일 방송된 MBC ‘몬스터’에서는 도도그룹 총수로 나는 새도 떨어뜨릴 기세를 자랑하던 도충(박영규 분)의 재산과 권력을 두고 암투를 벌이는 가족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본격적으로 치매 증상이 시작된 도충을 보는 이들의 눈에는 연민도 있었지만, 그를 끝까지 이용하겠다는 야욕이 더 많이 서려 있었다. 도충의 혼외자식 도건우(박기웅 분)는 변일재(정보석 분)와 손을 잡고 아버지의 생존 확률을 속여서 그의 모든 것을 차지하려 했다.

도충에게 쫓겨난 후 황재만(이덕화 분)의 집에 얹혀 살던 아내 황귀자(김보연 분)와 장남 도광우(진태현 분) 역시 딸 도신영(조보아 분)을 이용해 유산을 노렸다. 이들은 납치까지 생각할 정도로 파렴치함을 숨기지 않았다. 심지어는 황재만과 황지수(김혜은 분)마저 도충에게 마지막 남은 단물을 빨아 먹으려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도충의 상태는 더 심각해졌다. 병원에서 옷을 갈아입고 사라진 도충은 화단에서 꽃을 꺾어 황귀자를 찾아갔다. 맨 처음 황귀자에게 프러포즈했던 때를 떠올리며 그에게 다시 고백을 하러 간 것이다. 아버지를 죽이려 했던 황귀자와 도광우가 도충을 모시는 것을 반대했던 도신영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와중에 도건우는 모필가에게 도충의 필체를 베낄 것을 요구해 유언장을 조작하고, 수술 후 생존 확률이 있음에도 시한부라고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후견인인 도신영만이 아버지를 챙겼지만, 상속 문제는 도건우 대 황귀자·도광우의 싸움으로 좁혀졌다.
그러던 중 도신영이 도건우의 거짓말을 알게 됐고, 이를 알리기 위해 가족 회의를 소집했다. 그런데 가족 회의가 열리기 직전, 도충의 정신이 돌아왔다. 도충은 이를 알아챈 공집사에게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어 자신이 제정신임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가족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이윽고 가족 회의가 시작됐고, 도신영을 제외한 전원이 도충의 수술에 반대하는 바람에 설전이 벌어졌다. 그때 가만히 눈을 감고 있던 도충이 눈을 떴다. “이 벼락을 맞아 죽을 것들!”이라는 호통과 함께.
이날 방송 말미 공개된 예고편에서 도충은 사망까지 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신을 되찾은 도충이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40회가 넘도록 그를 지켜 본 시청자들이 더 잘 알터다. 이제 ‘몬스터’는 강기탄만이 아니라 도충의 복수극으로도 변했다. 밥상머리에서의 벼락 같았던 일갈은, 죽지 않고 다시 돌아올 도충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몬스터’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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