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승부처] ‘옛 동료 방망이’ 꺾인 고효준 상승세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8.30 21: 33

고효준(33)은 자신의 프로 경력 대부분을 SK에서 보냈다. 2002년 롯데의 지명을 받았지만 그 후 트레이드됐고 2004년부터 올해 7월까지 SK에만 몸담았다.
그런 고효준이라 30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K와의 경기가 특별할 만했다. 고효준은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임준혁과 맞바뀌어 KIA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이날은 정들었던 옛 동료들과의 첫 맞대결이었다.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도 있는 두 팀의 상황을 생각하면 감상에 젖어있을 시간은 없었다.
서로를 너무 잘 안다면 잘 안다고 할 수 있었다. 반대로 서로 맞대결할 기회가 많지 않아 모르면 모른다고도 할 수 있는 상대였다. 고효준에 대한 기대치는 있었다. 최근 성적이 좋았다. KIA로 이적한 뒤 불펜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선발 로테이션 진입에 성공한 뒤 직전 등판인 NC와의 경기에서도 5⅓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선전했다. 최근 5경기 평균자책점은 1.76에 불과했다.

한 팀에 오래 있다 보면, 또 2군 생활이 길어지다 보면 심리적으로 단단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고효준의 최근 상승세는 트레이드가 준 자극 효과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 그러나 이날은 쉽지 않았다. 역시 갈 길이 바쁜 옛 동료들은 고효준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최정이 고효준 격파의 선봉장이었다. 결정적인 홈런 두 방으로 순항할 수 있었던 고효준을 흔들었다. 1회 1사 후 김강민에게 볼넷을 내준 고효준은 최정과의 풀카운트 승부에서 한가운데 빠른 공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이를 놓치지 않은 최정은 이를 우중간 담장 너머로 날려 보냈다. 선취점을 내는 한 방이었다.
팀 타선이 1·2회 각 1점씩을 내 동점을 만든 상황에서도 최정이 장애물이었다. 선두 최정용에게 유격수 앞 내야안타를 맞은 고효준은 고메즈와 김강민을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기는 듯 했다. 그러나 2사 후 최정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도 빠른 공(143㎞) 승부를 걸었으나 역시 가운데 몰렸고 이번에는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맞았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여기서 최정을 잡았다면 2-2로 맞선 상황에서 중반 싸움에 돌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웃카운트 하나의 차이는 컸다. 결국 고효준은 4회 다시 흔들렸다. 김동엽에게 좌전안타를 맞았고 박승욱의 희생번트 때는 자신의 실책으로 주자가 불어났다. 이어 1사 2,3루에서는 고메즈에게 3·유간을 빠지는 2타점 적시타를 맞고 이날 자신의 등판을 마쳤다.
박준표가 고메즈에게도 홈을 내줘 이날 최종 성적은 3⅓이닝 76구 6피안타(2피홈런) 3볼넷 5탈삼진 7실점(5자책점)이 됐다. 실책도 실책이었지만 전체적인 자신의 내용도 썩 좋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결국 팀도 3-9로 패해 올 시즌 첫 패전을 안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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