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포수 정상호(34)가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될 것을 다짐했다. 극심한 타격슬럼프로 괴로워하면서도, 자신의 경험을 살려 팀을 위해 희생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상호는 지난 27일 잠실 kt전을 앞두고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아프지 않으면서 팀에 힘이 되고 싶었는데 다 내가 모자란 탓이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핑계 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자책했다.
정상호는 지난겨울 LG와 4년 32억원에 FA 계약을 채결했다. 당시 LG는 정상호의 큰 경기 경험과 수비력이 팀 전력을 상승시킬 것으로 계산했다. 지난해 신예 포수 유강남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으나, 유강남이 당장 주전포수를 맡기에는 힘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상호와 유강남 포수 이원화를 꾀했고, 정상호를 통해 유강남이 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정상호는 좀처럼 100%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에 선발 출장이 아닌, 마무리 포수로 나섰고, 두 차례 엔트리서 제외되기도 했다. 올 시즌 59경기에 나서 타율 1할7푼 1홈런 7타점 OPS 0.481에 그치고 있다. 부진한 타격으로 인해 주전으로 출장하는 경우가 적다. 정상호는 통산 타율 2할5푼 OPS 0.724를 기록 중이다.
정상호는 타격슬럼프를 두고 “무슨 말을 해도 핑계 밖에 안 된다. 어떤 핑계도 대고 싶지 않다. 사실 딱히 잘 친 적이 없기는 했지만, 이렇게 못 치지는 않았었다. 부진한 것은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면서 “방망이는 안 맞지만 다른 부분에서라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격에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 너무 미안하지만, 올해가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올해만 야구하고 관두는 것도 아니다.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기 보다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정상호는 수비에선 큰 힘이 되고 있다. 특히 주장 류제국과 배터리를 이루면서 류제국의 호투를 이끈다. 류제국은 올 시즌 정상호와 호흡을 맞춘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40를 기록 중이다. 시즌 평균자책점 (4.71)과는 상당한 차이다. 류제국은 “상호형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던지는 편이다. 상호형이 나보다 KBO리그에 오래 있었고 타자들의 장단점도 잘 안다. 게다가 올해 상호형과 호흡을 맞췄을 때 결과도 다 좋았다. 상호형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상호는 류제국과 호흡에 대해 “제국이가 잘 던지는 것이다. 결과가 좋게 나오는 것은 일단 투수가 잘 던졌기에 가능하다. 제국이가 주장인 만큼, 좋게 이야기해주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더 잘 해줬으면 좋겠다’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더 집중해서 호흡을 잘 맞추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 포수 유강남을 두고는 “지난 시즌에 봤던 것보다 훨씬 발전하고 있다. 항상 노력하고 연구하는 기특한 후배다. 향후 10년 이상 LG를 이끌 포수라 생각한다. 강남이가 지금처럼 단계를 밟아간다면, 강민호나 양의지 같은 대형 포수가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정상호는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 중인 것과 관련해 “큰 경기를 많이 치러봤다. 큰 경기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뭔가를 더 해보려면 오히려 독이 된다. 큰 경기에선 작전 수행이나 수비 같은 기본적인 부분을 잘해야 한다”며 “팀이 순위경쟁 중이다. 하루하루 중요한 경기를 치르고 있다. 이럴수록 기본이 강조되어야 한다. 우리가 순위싸움을 이겨내서 포스트시즌에 오른다면, 내가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조금이나마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