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탈출의 열쇠는 직구였다.
올해 득점지원이 적어 승수는 적었지만 거침없이 달려온 양현종에게 8월은 위기였다. 7월 4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1.87로 위용을 뽐냈다. 그러나 5일 삼성전 5⅓이닝 8실점, 11일 넥센전은 5⅔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뜨거운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부진의 늪에 빠지는 듯 했다.
그러나 9일만에 등판한 20일 LG전에서 8이닝 2실점(무자책)으로 호투하고 반등에 성공했다. 이어 27일 광주에서 두산을 상대로 6⅓이닝 3실점 호투를 펼치며 2연승을 따냈다.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이자 시즌 8승에 성공했다. 15승은 어렵더라도 충분히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반등의 이유는 직구의 회복이었다. 150km에 가까운 직구를 힘차게 뿌리기 시작했다. 변화구로 상대했다면 2경기에서는 직구의 구사 비율을 높였다. 60% 이상 직구를 던졌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비슷하게 던졌고 커브도 간혹 구사했다. 140km대 후반의 스피드가 나오면서 직구가 살아나자 다른 변화구도 동시에 통했다. 여기에 완급까지 더해진 투구로 상대를 막아내고 있다.
신인 시절부터 양현종의 트레이드 마크는 대포알 같은 직구의 힘이었다. 그러나 위기에서 맞지 않으려고 변화구를 자주 구사한 것이 독이 되었다. 상대타자들도 변화구를 노리고 들어왔고 집중타로 이어졌다. 지난 20일 경기를 승리로 이끈 양현종은 "안맞으려 변화구를 던지려다 내것을 잃었다. 내 것을 찾으려고 맞더라도 직구로 정면 승부를 했다"고 말했다.
직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 것이다. 양현종은 지난 27일 경기가 끝나고도 "직구가 좋아서 믿고 던졌다"고 똑같이 말했다. 여기에 "이제 무더위가 꺾이고 시원해지면서 몸 상태가 올라오고 있다. 볼에 힘이 더 실릴 것 같다"며 한마디를 더했다.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약속이다.
양현종은 남은 시즌 목표는 크게 세 가지이다. 3년 연속 15승은 힘들더라도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가 있다. 그리고 가장 크게 생각하는 첫 200이닝 달성이다. 2007년 류현진(당시 한화)이 작성한 이후 9년째 200이닝 토종투수는 없었다. 165⅓이닝을 소화해 이 부문 공동 1위이다.
나머지는 팀의 가을야구 티켓 확보이다. 양현종도 "앞으로 팀에게는 1경기 1경기가 중요하다. 더욱 집중력 있게 던지겠다"면서 각오들 다졌다. 쉽지 않는 200이닝 목표와 치열한 순위 경쟁이 예상되지만 직구를 되찾은 양현종이 있기에 그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