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군에서 4번타자로…김재환 바꾼 실천의 힘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8.27 05: 55

복잡한 생각 덜어내고 힘 있는 스윙에 주력
좌익수 낯설지만 부담 잊고 타석에서 더욱 집중
 김재환(28, 두산 베어스)은 올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까지 352타수 동안 홈런이 13개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벌써 386타수를 소화하며 32홈런을 날리고 있다.

우선 올해 들어선 타수가 입단 이후 지난 시즌까지 들어섰던 타수보다 많다는 것 자체가 커리어 하이라는 것을 뜻한다. 2008년 입단한 그는 올해 9년차다. 올해 106경기에서 김재환은 3할4푼7리라는 높은 타율과 강한 파워를 앞세워 타점도 벌써 104개나 쓸어 담았다.
지난해까지 1군과 퓨처스리그를 수차례 오갔던 점을 떠올리면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다. 본인 스스로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모든 게 바뀌었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생각을 현실로 바꾼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올해는 한 번 해보자는 마음가짐이 생겼고, 기술적으로도 모든 게 변했다. 자기가 생각했던 것을 실천으로 옮긴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고 천천히 이야기했다.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다시 묻자 김재환은 “주눅 들지 않고 힘 있는 스윙을 하는 것. 그리고 가진 것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것이었다. 알면서도 실천하기는 참 힘들었다. 아내와 대화하면서 힘을 많이 얻었다”고 차분히 설명했다. 지난해까지는 경기장 안에서도 생각이 여간 복잡하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좋은 성적이 단순히 생각의 변화만으로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올해 들어서는 월요일에도 야구장에 안 나온 적이 없었다. 잘 되니까 더 신나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더 잘하려고 한다기보다는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력이 동반된 발상의 전환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
아직 좌익수 수비가 익숙하진 않지만, 수비에 대한 부담은 갖지 않는다. “실수를 하면 위축되기 마련이다. 방망이가 내 장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비에서 실수를 한다면 타석에서 집중해서 만회하려고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생각을 단순하게 가져가겠다는 말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시행착오를 통한 깨달음으로 김재환은 들뜨지 않고 새 포지션에서 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다. 좌익수로 포지션을 변경하게 됐을 때의 느낌을 묻자 김재환은 “내 자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기회를 주신다고 해서 내 자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지난해에도 많이 배웠다. 내가 할 것을 하다 보면 좌익수로 뛸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김태형 감독 부임 후 지난해 초반 중용됐던 그는 개막전 1루수로 선발 출장했고 홈런도 날렸지만 시즌을 만족스럽게 마무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개막전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을 정도로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꽉 잡았다. 그 결과 지금 두산의 4번타자는 김재환의 차지다. 생각에서 그치는 것과 실천하는 것의 차이가 바로 1.5군과 4번타자의 차이였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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