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함틋'의 정통멜로, 몇 년 더 빨랐더라면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6.08.26 13: 00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인 탓일까. 요즘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아서일까.
KBS 2TV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가 좀처럼 힘을 못 쓰고 있다. 첫 방송부터 12%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대를 받았는데, 이젠 동시간대 최하위로 추락했다. 높았던 기대만큼 순식간에 떨어지는 시청률이 아쉽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올해 대박을 터트린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잇는 100% 사전제작 드라마. 최고의 청춘스타 김우빈과 수지의 만남, 멜로 명인 이경희 작가의 작품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기대를 받기 충분했다. 출발 역시 좋았다. 여러모로 시선을 끄는 요소들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MBC 'W'와 SBS '질투의 화신'이라는 막강한 경쟁자를 만나라 시청률을 내주게 됐다.

'함부로 애틋하게'의 시청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답답한 전개 때문. 시한부 멜로와 복수가 함께 그려지고 있는 가운데, 느릿한 전개와 그나마 뒤늦게 이어지고 있는 멜로, 또 과거 어떤 드라마에서 본 듯한 남자주인공 캐릭터 등이 문제로 지적받고 있는 상황이다. 자극적인 소재, 멜로보다는 스릴러, 빠르고 시원한 '사이다' 전개를 좋아하는 요즘 시청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
분명한 것은 느린 전개에 다소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애틋하게'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낮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극에 잘 녹아드는 음악이나 주조연 배우들의 열연, 특유의 분위기는 멜로 팬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이다. 주연배우 김우빈의 변신, 시한부 연기도 꽤 괜찮다.
남자주인공 신준영(김우빈 분)의 시한부 설정이나 노을(배수지 분)의 복수 등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기존 드라마와 비슷한 구조를 따르고 있는 것도 맞지만, 이게 바로 이경희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전체적인 색이고 매력이다. 인기를 얻었던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차무혁(소지섭 분), '이 죽일놈의 사랑'의 강복구(비 분), '착한남자'의 강마루(송중기 분)도 그랬다.
다만 이 정통멜로를 편성한 시기가 아쉽기는 하다. '함부로 애틋하게'가 몇 년 더 빨리 탄생했다면 어땠을까? 시한부에 복수, 출생의 비밀까지 더해진 어디서 본 듯한 이 구조에 시청자들이 질릴 대로 질리기도 했고, 신준영의 나쁜남자 캐릭터는 현재보다 과거에 더 인기 있던 것도 맞다. 지금도 여전히 이 느림을 즐기며 전형적이더라도 나쁜남자 캐릭터에 끌리는 시청자들이 분명 있겠지만, 더 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길 바랐다면 지금 이 시기는 늦은감이 있다. 그래서 더 아쉬운 작품이다. /seon@osen.co.kr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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