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허프 합류 후 마운드 안정...허프 후반기 팀 내 최다이닝
주키치·리즈 이후 4년 만에 수준급 외인 원투펀치 가동
가장 중요한 시기, 마운드에 확실한 기둥이 생겼다. 꽤나 긴 시간이 걸렸지만, 어쨌든 후반기 에이스 카드 2장을 갖고 레이스에 들어갔다. LG 트윈스 외국인 선발투수 데이비드 허프(32)와 헨리 소사(31)가 가을야구 가속페달이 되고 있다.
허프와 소사는 후반기 7경기에 선발 등판, 각각 43⅔이닝 41⅔이닝을 소화했다. 둘 다 후반기 이닝 부문 리그전체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소사는 올 시즌 161⅔이닝으로 이 부문 리그 2위에 자리 중이다. 기준을 최근 2시즌으로 잡으면 무려 356이닝을 기록, 롯데 린드블럼(345이닝)을 제치고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이닝이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144경기 마라톤에선 이닝이터의 유무가 마운드 전체의 운명을 좌우한다. 선발투수가 일찍 마운드서 내려가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불펜투수들이 짊어진다. 반대로 선발투수가 긴 이닝을 소화하면 불펜투수들은 부담 없이 바통을 이어 받는다. 선발투수와 불펜투수가 운명공동체를 이루는 가운데, 선발투수가 무너지는 팀은 절대 강한 마운드를 구축할 수 없다.
후반기 LG가 선전하는 이유도 선발투수들이 꾸준한 이닝소화에 있다. 허프가 합류하면서 선발투수 4명(허프 소사 류제국 우규민)이 경기당 평균 5이닝 이상을 기록 중이다. 선발진이 안정되자 불펜진은 후반기 경기당 평균 3⅓이닝만 투구한다. 허프가 LG 마운드에 천군만마가 된 것이다.
지난 25일 고척 넥센전에서도 허프는 이닝이터의 면모를 확실히 발휘했다. 1회 3실점으로 고전했지만, 2회부터 투구패턴에 변화를 주면서 안정을 찾았다. 패스트볼 위주의 정면승부에서 탈피, 체인지업의 비중을 높이며 넥센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데 주력했다. 결국 8회까지 마운드를 지켰고, 8이닝 4실점으로 시즌 4승을 올렸다.
경기 후 허프는 “1회부터 빠른 승부를 하려고 했던 게 어렵게 경기를 끌고 가게 했다. 하지만 야수들이 점수를 내줘 리드 상황에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 특히 수비의 도움이 8이닝까지 던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9회까지 던지고 싶었지만, 많은 투구수로 못 던져서 조금 아쉽다”고 이닝 소화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이대로라면 LG는 2012시즌 레다메스 리즈·벤자민 주키치 이후 가장 강력한 외국인 원투펀치를 내세우게 된다. 2011시즌 처음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던 리즈와 주키치는 당해 352⅔이닝(주키치 187⅔이닝·리즈 164⅔이닝), 2012시즌 328⅔이닝(주키치 177⅓이닝·리즈 151⅓이닝)을 합작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LG는 외국인 선발투수 2명이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 2013시즌에는 리즈 홀로 고군분투했고, 2014시즌에는 리오단, 2015시즌에는 소사만 자기 역할을 했다.
LG는 올 시즌에도 코프랜드가 고전하며 외인 원투펀치 결성에 실패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7월초 과감하게 움직이며 허프를 영입했다. 그토록 원했던 좌완 파이어볼러를 데려왔고,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고 있다. 정규시즌 종료까지는 31경기가 남았다. 허프와 소사가 앞으로 5, 6번의 선발 등판에서 페이스를 유지하면, 가을야구의 문도 열릴 것이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