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올라온 만큼 이제부터라도 시즌 초반 부진했던 것들을 다 갚아나가겠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박헌도(29)는 올 시즌을 앞두고 유력한 좌익수 후보로 손꼽혔다. 넥센 소속이던 그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열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의 선택을 받았다. 넥센에서 보여줬던 일발 장타력이 롯데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시즌 초까지만 하더라도 박헌도는 1군에서 넥센에서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박헌도는 개막 엔트리에는 포함됐지만 좀처럼 기세를 펴지 못했다. 그 사이 김문호가 무섭게 감각을 끌어올렸고, 4할 타율에 도전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당연히 주전 좌익수 자리는 김문호에 돌아갔고, 박헌도는 2군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박헌도는 2군에서 차분하게 때를 기다렸다. 김문호가 체력적인 부담으로 페이스가 떨어졌고, 박헌도도 기회를 다시 잡았다. 지난 18일 손가락 실금 부상을 당한 외국인 선수 저스틴 맥스웰을 대신해 1군 엔트리에 다시 올라왔다. 올해 두 번째 콜업. 그리고 박헌도는 두 번째 콜업만에 자신의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콜업 이후 12타수 5안타 2루타 3개 3타점을 기록하면서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강민호, 맥스웰, 최준석 등 타격능력을 갖춘 재원들이 사라진 롯데 입장에서 뒤늦게라도 제 모습을 찾은 박헌도의 활약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박헌도는 "그동안 잘 해야 겠다는 생각이 너무 앞섰다. 2군에 내려가 있는 동안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생각대로 야구가 되고, 결과도 좋게 나오다보니 자신감도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 운도 따르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서 그는 그 누구의 핑계도 되지 않았다. "누구나 다 절실히 야구를 하지 않냐"는 것이 박헌도의 생각. 이어서 "모두가 절시랗게 야구를 하기 때문에 부진했던 것은 핑계다. 그래도 2군에서 초심을 찾고 올라왔고, 지금도 계속해서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하며 초반 부진했던 이유, 그리고 회복할 수 있었던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박헌도로서는 오랜 만에 2군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올시즌 2군에서 68경기에 출장했다. "3년 만에 이렇게 2군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것 같다"는 박헌도는 "뜻깊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헛된 시간 되지 않도록 할 것이고, 2군에서 보낸 시간들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프랑코 코치님과 타자로서의 기본기, 하체 활용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었다. 이 부분을 꾸준히 실천하고 시험해봤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많이 생각하면서 2군에서 야구를 했다"며 과정에 집중한 2군에서의 시간을 언급했다.
지난 2014년 12월에 결혼한 박헌도는 지난해 9월, 득남을 했다. '아버지'가 된 이후 맞이하는 첫 시즌이 올해였다. 비록 시즌 초반 다소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는 "와이프도 옆에서 내색을 안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가족들이 옆에 있어서 힘이 되어줬다"고 말했다.
박헌도의 올 시즌은 많이 늦었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는 "초반에는 너무 부진했다. 지금 좋은 얘기들이 나오긴 하는데, 아직 멀었고 조심스러운 면도 있다"면서 "뒤늦게 올라온만큼 이제부터 초반에 부진했던 것들을 모두 다 갚고, 팀도 중요한 시기인만큼 남은 경기들에서 준비를 잘 해서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jhrae@osen.co.kr
[사진] 박헌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