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와이프' 유지태가 말하는 어깨깡패, 쓰랑꾼, 전도연 [인터뷰]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6.08.25 15: 11

유지태는 '굿와이프' 이태준만큼 매력적이고, 묘한 설득력이 있었다.
tvN 드라마 '굿와이프'의 마지막 촬영을 새벽 2시까지 진행하고, 배우들과 아침까지도 이야기를 나눴다는 유지태. 1시간 정도 잠을 자고, 인터뷰를 위해 나왔다는 그는 "멀쩡해 보이죠?"라고 웃었다.
작품을 위해 열심히 만들었다는 '몸', 아내와 아이에게 좋은 남편·좋은 아빠이고 싶어하는 가족적인 모습, 개그맨 김준호와의 친분과 과거의 인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연달아 등장했지만, 언제든 '굿와이프'에 대한 이야기로 되돌아와 결국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만족도, 배우와 제작진에 대한 애정을 한껏 쏟아냈다.

#전도연
드라마 '굿와이프'가 좋은 작품으로 평가 받는데는, 전도연, 유지태, 윤계상의 연기와 호흡에 대한 호평을 빼놓을 수가 없다. 유지태는 "누구 하나 빠지는 사람이 없었다"며 "전도연 선배도 그렇고, 나도 내 몫을 다 하려고 노력했다. 윤계상 씨도 그랬다. 드라마를 끝냈는데 마치 긴 영화를 한 편 끝낸 느낌이었다"고 이를 설명했다.
"전도연 선배의 연기 철학이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면 '이 드라마를 하길 잘했구나' 싶었어요. 드라마틱한 장면을 찍을 때면, 대부분 (연기 철학을) 느꼈죠. 첫 촬영때 4회까지의 분량을 찍었는데, 따귀신도 있었거든요. 전 선배가 스스로 '이게 진짜 감정일까?'를 물었어요. 그 모습이 제게는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그때의 나이대가 되면 매너리즘에 빠져서 연기를 하곤 하는데, '진짜는 뭘까'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거죠."
뿐만 아니다. 전도연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연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호흡하는 상대 배우에 대한 배려이기도 했다.
"전도연 선배가 '내가 느꼈던 감정을 상대배우가 똑같이, 오롯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어요. 카메라를 받지 않을 때도 똑같이 (연기) 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데도, 눈시울을 붉히고, 대사를 똑같이 진심을 담아 해주고….  이래서 전도연 선배와 연기를 했던 배우들의 진가가 발휘됐구나, 싶었죠. 정말 참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어깨
유지태가 '굿와이프'에서 맡았던 이태준은, 딱 벌어진 어깨가 인상적인 인물이다. '직각 어깨' '어깨 깡패'라는 말들이 잇따랐다. 실제로 방송이 되는 내내 유지태의 어깨와 몸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이는 애초에 캐스팅 당시 '굿와이프' 제작진의 요구로 '노력으로 만들어진' 몸이었다.
"덩치가 크고, 위압감을 주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제작진 쪽에서 몸을 키워달라고 요청했어요. 그래서 벌크업을 했죠. '유행하고는 안 맞는데'라고 생각을 했다가도, 연기자로서, 연기자의 가치관으로서는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어요. '어깨'에 대해서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좋았어요.
이를 유지태는 '이미지 연기'라고 했다. 그저 연기가 대사를 잘 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신인배우 나나가 이런 '이미지 연기'가 가능하다는 배우라는 호평을 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30kg을 찌웠을 때가 있었어요. 또 몸무게를 72kg까지 뺄 때도 있었죠. '왜 이렇게 무모하게 하고 있지'라고 생각도 했죠. 현실감, '이미지 연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 하고 정의를 내렸어요. 물론 지금도 무모하다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라는 영화를 찍을 때는 주변에서 '관리 좀 하지'라고 한 적도 있어요. 작품을 위해서 이미지를 만드는 건데, 사람들이 몰라주기도 하죠. 그래서 연기자는 늘 외로워요. 그걸 감독님이 알아주고, 동료들이 알아주고 말해주면 조금은 편해요."
#쓰.랑.꾼
쓰레기와 사랑꾼을 합쳐 탄생한 '쓰랑꾼'은, '굿와이프' 속 이태준(유지태)을 언급하면 그의 '직각 어깨' 만큼이나 거듭 반복된 수식어다. 유지태 스스로도 이런 반응과 단어를 재미있어했다.
"처음에는 다른 수식어가 붙었던 걸로 알아요.('개'로 시작하는 과거 수식어를 직접 찰지게 발음한 뒤) 쓰랑꾼으로 바뀌었어요. 재미있었죠. 사람을 정의할때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명확하게 구분짓기 어려워요. 우리 안에는 선도 있고, 악도 있죠. 어느쪽으로 부등호를 갖고 사느냐가 중요해요. 이태준은 야망이나 욕망에 사로잡히기 쉬운, 변질되기 쉬운 환경에 놓여있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연예인 역시 극중 이태준과 마찬가지로, 욕망과 야망의 유혹에 노출이 쉬운 직업이라는 데, 유지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는 각자의 '가치관'이다.
"연예인도 굉장히 화려하고 거품이 있을 수 있어요. 허영에 노출될 수도 있는데, 그건 결국 각자의 가치관이죠. 자기 검열, 자기 삻의 가치관과 소신, 제가 생각하는 염원이 부정적인 부분이 있는지, 반대로 남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지를 계속 판단하려고 노력해요."
#시즌2
'굿와이프'를 끝내면 곧장 오는 9월 19일 영화 '꾼' 촬영을 시작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해당 작품에서 유지태는 또 한 번 검사를 맡는다는 점이다. 이미 촬영을 끝낸 '스플릿'은 올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꾼'에서는 이태준보다 더 현실적이고 악질적인 검사에요. 이태준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제 역할이 중요해서 부담감을 갖고 있어요. '스플릿'은 개봉을 해요. 올해 좀 쉴 새 없이 일했던 것 같네요. '스플릿'은 완전히 달라요. 퇴역한 볼링선수죠. 인간미가 넘치는 코믹이에요."
호평받은 작품들이 그러하듯, '굿와이프' 역시 시즌2에 대한 시청자의 바람이 컸다. 더욱이 원작인 미국 드라마 역시 시즌제 형식으로 방영되고 있는 터.
"리메이크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지금 분위기는 굉장히 좋아요. (시즌2는) '생각해볼 여지는 있다' 정도에요." / gato@osen.co.kr
[사진] tvN 제공,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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