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투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뒷문이 단단한 팀은 상위권에 자리하고, 그렇지 못한 팀은 하위권으로 떨어져나가는 게 144경기 마라톤 공식이다.
흥미롭게도 2016시즌의 최대변수 중 하나가 마무리투수였다. 두산과 NC를 제외한 8팀이 마무리투수 자리에 변화를 줬다. FA시장에서 거액을 들여 뒷문을 강화한 팀도 있고, 육성계획에 따라 뒷문을 새롭게 바꾼 팀도 있다. 확실한 점은 마무리투수가 안정된 팀들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2016시즌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 각 팀의 마무리투수 기상도를 체크해 보았다.
▲ 정우람·손승락 지른 한화와 롯데. 효과는 글쎄...
지난겨울 한화는 정우람과 4년 84억원, 롯데는 손승락과 4년 60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한화는 블론세이브 14개, 롯데는 블론세이브 18개 기록했다. 두 팀 모두 블론세이브를 절반만 줄였어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만큼 FA시장에서 신속하게 움직였고, 원하는 선수를 얻었다.
하지만 올 시즌 한화와 롯데의 순위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화가 49승 59패 3무로 8위, 롯데는 51승 61패로 7위다. 이대로라면 작년과 마찬가지로 포스트시즌은 남의 잔치가 된다. 정우람과 손승락의 활약이 미비한 것은 아니다. 정우람은 47경기 64⅓이닝 14세이브 6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3.64, 손승락은 37경기 39⅔이닝 14세이브 3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 중이다.
한화는 올해도 선발진이 역할을 못하면서 불펜진이 어느 팀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정우람 또한 이닝수에서 드러나듯, 보통의 마무리투수보다 자주 마운드에 오른다. 롱맨처럼 3이닝을 던진 경우도 있다. 지난해보다 기복이 심해졌고, 블론세이브는 이미 지난해(5개)보다 많아졌다.
손승락은 정상적으로 이닝을 소화하고 있으나, 6월 오른 발목 부상을 당한 후 하락세다. 지난 6월 18일 1군 엔트리서 제외됐던 손승락은 복귀 후 17경기 19⅔이닝 4세이브 3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5.03을 올리고 있다. 7월 20일 KIA전부터 8월 10일 NC전까지 7경기 중 6경기서 실점하기도 했다. 시즌 막바지 팀 전체가 부진에 빠지며 손승락도 고전 중이다.
▲ 변화없는 두산과 NC의 다른 고민
디펜딩 챔피언 두산과, 지난해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한 NC는 기존 마무리투수를 고수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현승과 임창민이 9회를 책임지고 있다.
일단 양 팀 모두 큰 문제없이 9회를 버티는 중이다. 특히 NC 임창민은 블론세이브가 단 하나에 불과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마무리투수로 나서며 30세이브를 기록한 임창민은 올해 리그 최정상급으로 올라섰다. 최고의 포크볼을 구사한다는 평가다.
두산도 정규 시즌 반환점을 돌기 전까지는 뒷문 걱정이 없었다. 이현승이 지난해 상승세를 이어가며 두산의 선두질주에 가속페달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시즌 중반을 기점으로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다. 구위보다는 특유의 배짱으로 승리를 지키곤 했지만, 6월부터 장타허용이 부쩍 늘어났다. 지난 23일 허벅지 통증에서 회복돼 복귀전을 치렀는데, 9회초 동점홈런을 맞았고, 10회초 결승타까지 내줬다.
이현승은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다. 두산은 9월에 군에서 전역하는 홍상삼과 이용찬을 합류시킬 계획이다. 이현승의 부진이 길어진다면, 두산은 마무리투수 자리에 변화를 택할 수 있다.
▲ 변화 꾀한 넥센·LG·삼성, 기대 이상 결과
올 시즌에 앞서 넥센과 LG, 그리고 삼성은 마무리투수 자리에 변화를 줬다. 손승락이 떠난 넥센은 스프링캠프에 앞서 김세현을 새로운 클로저로 낙점했다. 이미 지난 시즌 후반 봉중근이 선발 전환한 LG는 스프링캠프부터 임정우와 정찬헌의 마무리투수 오디션을 진행했다. 그리고 시즌 개막에 앞서 임정우에게 9회를 맡기기로 했다. 삼성 또한 임창용의 빈 자리를 심창민 차우찬 안지만 중 한 명이 담당하기로 했다. 5월부터 심창민이 마무리투수 자리에 이름을 올리며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다소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3팀의 새로운 마무리투수 모두 기대 이상이다. 먼저 김세현은 52경기 51⅓이닝 32세이브 7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2.63을 기록, 현재 리그에서 유일한 30세이브 달성자다. 6월에 고전했으나 올스타브레이크를 전후로 페이스를 되찾았다. 임정우도 52경기 55⅔이닝 21세이브 4블론세이브로 선전 중이다. 김세현처럼 험난한 6월을 보냈지만, 후반기에는 리그에서 가장 믿음직한 수호신으로 올라섰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블론세이브 없이 세이브 8개를 기록하고 있다. 심창민은 지난 12일 허리 통증으로 엔트리서 제외되기 전까지 45경기 54⅔이닝 15세이브 5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2.63을 올렸다. 마무리투수 경험이 쌓일수록 단단해지는 모습이었다.
▲ 경력자 택한 SK·KIA, 가을야구 위해선 꾸준해야
SK는 정우람의 이탈을 박희수로 메웠다. 박희수는 지난해까지 통산 44세이브를 기록, 철벽뒷문을 만든 경험이 있다. 수년째 마무리투수 고민을 앓고 있는 KIA는 시즌 중반까지 집단 마무리 체제로 가다가 7월부터 임창용이 클로저로 나서는 중이다. 임창용은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 통산 232세이브를 올렸다.
박희수는 41경기 45⅔이닝 21세이브 3블론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전반기에는 정우람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빼어났다. 그러나 지난 11일 왼쪽 무릎 통증으로 엔트리서 제외됐다. 다행히 계획대로 복귀했고, 지난 23일 삼성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복귀전을 장식했다.
반면 임창용은 기복에 시달리고 있다. 여전히 강력한 공을 구사하지만, 이따금씩 흔들리며 리드를 지키지 못한다. 임창용은 18경기 20⅓이닝 5세이브 3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4.43을 올리고 있다.
SK와 KIA는 23일까지 각각 4위와 5위에 자리 중이다. LG까지 3팀이 포스트시즌 티켓 2장을 놓고 치열한 순위경쟁에 임하는 상황. 박희수와 임창용이 꾸준히 뒷문을 지켜내야 가을야구를 할 수 있다.
한편 올해로 1군 무대 2년차인 kt는 여전히 혼란 속에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장시환과 조무근이 마무리투수로 나섰고, 올해에는 김재윤이 팀에서 가장 많은 12세이브를 올렸다. 그런데 김재윤은 지난 21일 팔꿈치 통증으로 엔트리서 제외됐다. 블론세이브 2개만 범하며 선전해왔으나, 몸에 이상이 생기며 브레이크가 걸렸다.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 안정과는 거리가 먼 kt다.
-2016시즌 마무리투수 세이브 순위(세이브·블론 세이브)-
1위 넥센 김세현(32·7), 2위 두산 이현승(24·5), 3위 SK 박희수(21·3), LG 임정우(21·4), 5위 NC 임창민(20·1), 6위 삼성 심창민(15·5), 7위 한화 정우람(14·6), 롯데 손승락(14·3), 9위 kt 김재윤(12·2), 10위 KIA 김광수(7·4)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