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스타디움의 잔디는 중국에서도 처음이다. 적응이 잘 안 됐다".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중국 상하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상하이 상강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은 득점 없이 0-0으로 끝났다. 같은 0-0이지만 양 팀의 희비는 교차했다. 필승을 외치던 전북은 0-0 결과로 인해 2차전 홈경기가 불리해졌고, 상하이는 안방에서 경기가 열렸지만 헐크와 다리오 콘카 등 부상 선수들이 많은 가운데 패배하지 않아 기뻐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원정에서의 무승부가 나쁜 건 아니지만 많이 아쉽다. 공격적으로 준비를 해서 승부를 내려 했지만 여러 문제가 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반면 상하이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은 "무승부라는 성적에 만족한다. 강한 팀을 만나 좋은 경기를 했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고 기회도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마치 전북의 홈경기였고, 상하이가 원정경기였다는 착각을 하게 할 정도다.
하지만 두 감독의 발언이 전북과 상하이를 완벽하게 설명하는 건 아니다. 라커룸에서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로 이동하는 상하이 선수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중국 매체들의 인터뷰 요청에도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달리 전북 선수들은 얼굴에서 웃음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최강희 감독과 에릭손 감독의 발언과 정반대되는 모습이었다.
둘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건 홈과 원정이라는 입장이다. 에릭손 감독은 "0-0으로 끝난 건 긍정적인 결과다. 원정에서 우리가 한 골만 넣으면 전북은 두 골을 넣어야 한다"며 0-0의 결과가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홈에서도 이기지 못한 상대를 원정에서 이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전북은 올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홈에서 진 경기가 단 한 번밖에 없다. 무승부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전북이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한 것도 마찬가지다. 전북의 주장 골키퍼 권순태는 "경기를 하면서 여러가지를 느꼈다. 홈에서는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다"면서 "상하이가 2차전에 헐크가 돌아온다면 공격에서 좋아지는 만큼 수비에서 허점이 생길 것이다. 게다가 헐크는 (부상) 회복도 잘하지 못했을 것이다. 승산이 있다. 우리는 홈에서 절대 안 진다는 생각을 한다. 홈에서 상대가 쉽게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홈과 원정의 대표적인 차이점이 어떤 것이 있을까. 권순태는 경기장에 대한 적응을 대표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잔디가 국내와 너무 다르다. 중국에서도 처음이다. 물을 많이 뿌렸는데 배수가 안 돼 있고 위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잔디 적응이 너무 안 됐다"며 "공을 찰 때도 공이 너무 떠 있어 차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 조차도 패스를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익숙한 곳에서 경기를 하는 홈에서는 적응에 애로사항을 느낄 이유가 없다. 반면 상하이는 전북의 잔디 등 모든 환경 사항에 적응을 해야 한다. 자신들의 경기력 100%를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상하이에는 모든 것이 적과 같은 상황이다. 상하이 선수들에게는 그런 것들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미리 인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악재들 속에서도 지지 않고 경기를 주도한 전북으로서는 웃음을 잃을 이유가 없었다. /sportsh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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