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우, 6월 부진 딛고 후반기 철벽 뒷문
1차 목표 20세이브 달성...LG 10년 책임질 마무리
LG 트윈스 마무리투수 임정우(25)가 자신에게 붙었던 물음표를 지워가고 있다. 기복을 겪었던 전반기를 뒤로 하고, 후반기 리그 최정상급 클로저로 올라섰다. 이대로라면, LG는 10년을 책임질 수호신을 얻게 된다.
불과 5개월 전까지만 해도, 마무리투수는 2016시즌 LG의 최대 불안요소가 될 것 같았다. 지난 시즌 막바지부터 임정우가 9회를 책임지긴 했으나, 보여준 게 많지 않았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임정우와 정찬헌이 마무리투수 한 자리를 놓고 경쟁했는데, 누구도 뚜렷한 해답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캠프 당시 컨디션과 연습경기 성적에서 임정우가 정찬헌보다 우위를 점했지만, 시범경기 들어 고전했다.
그러나 양상문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임정우를 향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개막전 이틀 전에 임정우를 마무리투수로 낙점했다고 알리면서 “사실 스프링캠프 이전부터 정우에게 마무리를 맡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마무리 자리를 확정지으면 정우가 부담을 느낄 것 같아 누구에게도 이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찬헌이를 마무리로 더 부각시킨 것도 정우가 편한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2016시즌의 막이 올랐는데 마냥 순조롭지는 않았다. 임정우는 4월 중순부터 안정을 찾으며 5월까지 양 감독의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그러나 6월 들어 고전했고, LG도 대역전패를 반복하며 급격히 추락했다. 마무리투수 1년차인 만큼, 부족했던 부분들이 나온 시기였다.
하지만 반등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임정우는 후반기 14경기 16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 0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 1.08을 기록 중이다. 블론세이브 없이 세이브 성공률 100%를 유지하며 후반기 LG 상승세에 날개 역할을 하고 있다. LG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19승 12패로 후반기 승률 1위,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 4.65로 이 부문 리그 2위다. 임정우의 활약이 LG 팀 성적과 직결되고 있는 것이다.
▲2016시즌 세이브 순위(세이브·블론 세이브)
1위 김세현(32·7), 2위 이현승(24·5), 3위 박희수(21·3), 임정우(21·4), 5위 임창민(20·1), 6위 심창민(15·5), 7위 정우람(14·6), 손승락(14·3), 9위 김재윤(12·2), 10위 김광수(7·4)
임정우의 최대장점은 멀티이닝 소화 능력과 다양한 구종이다. 2012시즌에 앞서 조인성의 FA 보상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은 임정우는 2015시즌 중반까지 선발투수를 목표로 삼았다. 자연스레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이 생겼고, 타자와의 수 싸움도 능숙해졌다. 최고구속 150km를 상회하는 패스트볼과 커브, 포크볼, 슬라이더 등 3가지 변화구를 구사한다.
특히 커브는 이미 리그 최정상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LG 주장 류제국은 스프링캠프 당시 “우리 팀에서 정우가 커브 제구력이 가장 뛰어나다. 내가 정우 정도로 커브를 컨트롤하면 10승은 맡아놓았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 정우에게 항상 커브에 대해 물어본다”고 밝힌 바 있다.
임정우의 커브는 지난 21일 광주 KIA전과 23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빛났다. 21일에는 KIA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는 나지완을 커브로 돌려세우며 승리를 지켜냈고, 23일에는 9회말 민병헌, 그리고 10회말 마지막 타자였던 정수빈을 커브로 삼진 처리했다. 더불어 KIA전에선 1⅓이닝, 두산전에선 2이닝을 소화했다.
LG는 21세기 들어 마무리투수 잔혹사에 시달려왔다. 2004년 이상훈이 SK로 이적한 이후 확실한 마무리투수를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팀 성적도 동반하락, 무려 10년 동안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FA시장에서 마무리투수를 영입하고, 외국인 마무리투수를 뽑아보기도 했으나 모두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급기야 2011시즌 도중 마무리투수를 얻기 위해 팀내 최고 거포유망주를 트레이드했음에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봉중근이 2012시즌 마무리투수로 전향하고 나서야 든든한 뒷문이 만들어졌다.
임정우는 21세기 LG가 제대로 육성한 첫 번째 마무리투수다. 단기간에 이뤄진 일은 아니었다. 수년 동안 강상수 코치가 임정우를 전담마크했고, 양상문 감독은 뚝심 있게 임정우를 밀었다. 여러 팀에서 임정우를 두고 군침이 도는 트레이드 제시했으나, 양 감독에게 임정우는 ‘트레이드 절대불가 선수’로 자리했다.
임정우는 올 시즌에 앞서 “나름 정해둔 목표가 있다. 당장 목표를 밝히기는 힘들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매 경기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지난 19일 잠실 한화전에서 시즌 20세이브를 올리고 난 후 “정해둔 목표는 20세이브였다. 오늘 20세이브를 달성해 기분이 좋다. 첫 목표를 이룬 만큼, 앞으로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후 임정우는 2경기 3⅓이닝 1승 1세이브 무실점을 기록, 이전보다 강렬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투구를 하고 있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