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감독, 임정우 극찬 “ML서도 좋은 커브”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8.24 05: 58

커브를 결정구로 활용하는 몇 안 되는 마무리
구위 뛰어난 포심과 커브 조화로 호투행진
 임정우(25)는 최근 LG 트윈스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두산 베어스의 화요일 20연승을 막은 것도 2이닝 4탈삼진 퍼펙트 피칭을 한 임정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임정우의 시즌 성적은 3승 7패 21세이브, 평균자책점 3.88로 특급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다. 불펜투수의 안정감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WHIP도 1.60으로 좋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기록은 다르다. 8월 9경기 11⅓이닝 동안 1승 6세이브, 평균자책점 0.79의 성적을 거둬 후반기 난공불락의 마무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커브. 140km대 중, 후반의 포심 패스트볼을 자랑하는 임정우는 낙차 큰 커브까지 가지고 있다. 낙폭이 크면서도 빠르게 떨어지는 장점이 있어 타자들과의 승부에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마무리투수에게 빠른 볼은 기본이고, 주 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변화구가 하나씩은 있어야 하는데, 대체로 슬라이더나 포크볼이다. 임정우는 몇 안 되는 커브 위주의 마무리투수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커브가 워낙 좋아 마무리로도 손색이 없다. LG의 양상문 감독은 지난 23일 잠실구장에서 두산전을 앞두고 “(마무리투수가 등판했을 때는) 타자나 투수나 어려운 상황인데 커브에 눈이 한 번 흔들리면 공략하지 쉽지 않을 것이다. 정우의 커브는 회전수나 각도를 보면 메이저리그의 수준급 커브만큼 괜찮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3루에 주자가 있을 때 커브를 던지는 것이 다른 구종을 쓰는 것에 비해 위험하지는 않은지 물었을 때는 “평범한 커브는 외야 플라이가 나오기 쉽다. 그래서 3루에 주자가 있을 때는 평범한 커브를 던지면 쉽게 점수를 줄 수 있다는 말도 하는데, (임정우의 공은) 그런 커브와는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양 감독은 “정우는 커브도 좋지만 (빠른 볼의) 구속도 나오기 때문에 타자들이 어려워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임정우는 경기 후반 1이닝 정도는 변화구를 거의 섞지 않고도 타자들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구위를 갖췄다. 이는 마무리투수가 되기 위해 필요한 덕목 중 하나다.
23일 잠실 두산전 10회말 2사에 임정우가 마지막 타자인 정수빈을 상대한 방식을 보면 그가 가진 포심-커브 조합의 위력을 알 수 있다.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아둔 뒤 147km에 달하는 포심을 바깥쪽 코스로 던지며 타자에게 보여줬고, 곧바로 바깥쪽 낮은 코스에 커브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해 경기를 끝냈다. 2스트라이크 이후엔 타자의 방망이가 쉽게 나온다는 점을 이용해 유리한 상황에서 구사한 낙차 큰 커브가 의도대로 작용한 것이다.
최근 승승장구하며 당초 양 감독이 품었던 기대치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양 감독은 “20세이브 정도 생각했는데 잘 해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좋지 않을 때 흔들리는 게 보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마운드에서 강인한 모습을 드러내는 임정우의 기를 살려줬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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