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넥센전 0-3 뒤진 4회 노게임 '행운'
카스티요 널뛰기 투구, 허술한 수비까지
행운의 우천 노게임이었지만 마냥 웃을 수 없었다.
한화는 지난 23일 대전 넥센전이 4회 우천 노게임으로 처리됐다. 4회까지 0-3으로 뒤지며 주도권을 빼앗겼고, 경기 흐름상 넥센에 유리한 경기였다. 그때 마침 대전 지역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30분간 내린 비가 그라운드를 적셨고, 경기를 강행하기에 무리였다.
치열한 5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화로선 뒤지고 있는 경기가 우천 연기된 것이 다행스럽다. 피로 누적 증세를 보이고 있는 불펜 필승조 투수들도 월요일 휴식 일에 이어 이틀 연속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다른 팀들에 비해 우천으로 밀려있는 경기가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한화로선 마냥 웃을 수 없었다.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곳곳에 불안 요소들이 나타났다. 특히 투수력과 수비력이 흔들리고 있는 게 여전히 아쉽다.
이날 선발로 나온 외국인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는 4이닝 2피안타 3볼넷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경기 내에서도 널뛰기 투구가 이어졌다. 3회까지는 안타 1개를 허용했을 뿐, 투구수 24개로 호투했으나 4회 들어 제구 난조를 보이며 볼넷 3개와 도루 1개에 적시타까지 순식간에 3실점했다. 4회에만 39개의 공을 던지며 힘을 뺐다.
지난 17일 청주 두산전에서도 카스티요는 3회까지 퍼펙트 위력을 떨쳤으나 나머지 2이닝 동안 4실점했다. 주자가 없을 때는 피안타율이 2할2푼3리에 불과하지만, 주자가 나갔을 때 피안타율이 3할9푼3리로 치솟는다. 반복되는 들쑥날쑥한 제구와 유주자시 급격히 흔들리는 투구로는 남은 시즌 활약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수비에서도 기록되지 않은 실책성 플레이가 속출했다. 4회 선취점을 내주는 과정에서 그랬다. 1사 1·2루 윤석민의 약간 빗맞은 땅볼 타구를 2루수 정근우가 잡아 1루로 송구하며 아웃을 잡아냈다. 그 사이 넥센 2루 주자 박정음이 3루를 지나 홈까지 쇄도했다. 한화 1루수 윌린 로사리오가 잠시 방심한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계속된 2사 1·2루에선 대니 돈의 우전 안타에는 1루 주자 김민성까지 홈을 밟아 추가 실점했다. 우익수 양성우가 타자 대니 돈의 진루를 막기 위해 2루로 송구한 사이 김민성이 지체하지 않고 홈까지 들어온 것이다. 넥센 주자들의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가 돋보였지만, 연이어 당한 한화 수비의 어설픈 대처는 아쉬운 대목이었다.
한화가 우천 노게임으로 한숨 돌린 사이 롯데가 울산에서 kt를 꺾으며 7위로 올라섰다. 8위로 한 계단 내려간 한화는 9위 삼성에도 1경기차로 쫓기고 있다. 더 이상 물러설 데 없는 한화, 작은 실수도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