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2번 타자'가 대세인 최근 야구 트렌드, 하지만 롯데에는 현재 '약한 2번 타자'만이 존재할 뿐이다. 연결고리가 살아지면서 득점력도 뚝 떨어졌다.
롯데는 시즌 초반,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테이블세터를 보유했다. 손아섭과 김문호의 테이블세터 조합은 롯데의 초반 득점력을 이끄는 일등공신이었다. 눈야구와 컨택 능력을 겸비한 손아섭이 출루한 뒤, 시즌 초반 맹타를 휘둘렀던 김문호가 기회를 잇고, 중심 타선에서 해결하는 이상적인 득점 루트가 형성됐다. 특히 시즌 초반 4할대의 맹타를 휘둘렀던 김문호의 존재는 '강한 2번 타자'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손아섭이 어떻게든 출루를 해주면서 기회를 만드는 반면, 김문호의 타격페이스는 서서히 떨어졌다. 4할대의 타율이 현재는 3할2푼3리까지 뚝 떨어졌다. 후반기로만 따지면 김문호는 2할4푼4리의 타율에 그치고 있다. 김문호가 완벽하게 수행하던 2번 타자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롯데는 1번 타자와 중심 타선 간의 연결고리가 뚝 끊겼다. 이제는 '약한 2번 타자'만이 남았다.
후반기 초반에는 컨디션이 저하된 김문호 대신 나경민이 등장해 2번 타순에서 선구안과 컨택 능력을 과시하며 센세이션한 활약을 펼쳤지만 한계를 드러내고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2번 타순 자리에 대한 고민은 다시 이어졌고, 마땅한 2번 타자 감을 찾지 못했다. 김문호가 다시 2번에 들어가보기도 하고 정훈, 김동한, 김재유, 김민하, 김주현 등 다양한 선수들이 2번에 포진해봤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후반기 2번 타순의 타율은 2할5리에 불과하다. OPS(출루율+장타율) 6할3푼에 불과하다.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낮은 타율과 OPS다. 전반기 2번 타순에서 타율 3할5푼3리 OPS 9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 부진을 실감할 수 있다.
결국 연결고리가 끊어지면서 롯데의 후반기 타선은 매끄럽게 연결 되지 못하고 있다. 득점력은 당연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 점수를 때려서 내는 것이 아니라 짜내야 한다는 것이 현재 롯데 타선의 현 주소다. 더군다나 올시즌에는 장타력도 사라졌다. (팀 홈런 8위/팀 장타율 8위). 한 점이 롯데에는 더욱 소중할 수 밖에 없다. 전반기 경기 당 0.89개(82경기/73도루)에 불과했던 도루가 후반기에는 1.62개(29경기/47도루)도 같은 맥락이다.
강민호와 맥스웰 등 장타를 때려낼 수 있는 선수들마저 당분간 경기에 나올 수 없다. 최준석도 타격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간 상태다. 장타력도 떨어진 가운데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하는 2번 타순의 선수가 마땅히 등장하지 않으면 득점력에서는 계속해서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타순은 매일 바뀌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롯데는 지난 주 6경기에서 4.8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투수진에선 안정감을 찾았다. 결국 득점을 뽑으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2번 타순에서의 '난세 영웅' 이 등장해 매끄러운 윤활유 역할을 해줘야 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