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롯데 자이언츠 3년차 좌완 투수 김유영(22)은 현재 팀의 불펜진 가운데 유일한 좌완 투수다. 그동안 이명우, 강영식 등 노장들에 의존했던 롯데의 좌완 불펜진인데, 김유영은 이들을 대신해 젊은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올해 36경기(30⅔이닝)을 소화하면서 2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5.58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성적이지만 1군에서 중용을 받으며 씩씩하게 자신의 공을 뿌리고 있다.
김유영은 "계속해서 경기를 나가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은 것이 사실이다"면서 "컨디션에 따른 볼 컨디션은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매 구 패기있게 공을 뿌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첫 풀타임 시즌이다보니 체력적인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 항시 대기해야 하는 불펜 투수기에 더 그렇다. 그러나 공을 던지면서 스스로 부족한 부분도 채우고 있다. 김유영은 "힘이 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힘이 떨어졌을 때 상체로만 던지려고 하다가 좋지 않아졌다. 하체 위주로 공을 던지는 법을 터득하면서 괜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팀에 베테랑 불펜들도 김유영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해야 부담 없이 던질 수 있는지를 선배님들께서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면서 "(윤)길현 선배님께선 매커니즘적으로 하체를 이용하는 방법들을 많이 가르쳐주시고 멘탈적으로도 힘을 주신다"고 말하며 선배들의 노하우를 빨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지난 7월14일 포항 삼성전에서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하면서, 김유영은 점점 중요도가 높은 상황에서 등판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상황에서의 아픔도 겪었다. 지난 4일 사직 넥센전 그는 4-2로 앞서던 8회초, 채태인에 역전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고 고개를 떨궜다. 김유영이 좌절을 맛본 순간이었다.
그는 "당시 홈런을 맞고 많이 주눅이 들었었다.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하면 또 맞을 것 같았고, 컨트롤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잠시 충격에 빠졌던 것. 하지만 김유영은 빨리 잊었다. 그는 "빨리 잊고, 또 맞아보자고 생각하면서 공을 던지니 공도 괜찮아지는 것 같다"며 충격을 극복한 비결을 전했다.
김유영이 충격을 극복하는 데에는 또래의 친구들의 도움도 컸다. 롯데의 1군 투수진에는 김유영을 비롯해 박진형(22)과 박세웅(21), 박시영(27) 등 영건 자원들이 합류해 팀 투수진을 구성하고 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동갑내기 박진형은 김유영에게 장난을 걸며 친근함을 드러냈다.
그는 "또래들과 있으면서 아무래도 심적으로도 편한 부분들이 있다.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는 부분들도 좋고, 힘들 때는 기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며 베테랑 선수들에게 듣는 조언과는 다른 또래 선수들과 함께 있는 부분에 대한 장점을 설명했다.
김유영은 2014년 롯데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장원준(현 두산) 이후 자취를 감춘 1차 지명 선수들의 흑역사를 지우고 있다. 김유영 본인 역시 거인군단의 일원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우리 팬 분들도 많기 때문에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에 당당하고 자랑스럽다"며 거인 유니폼에 대한 애정을 전한 김유영이다.
또한 스스로에게도 당당해지기로 했다. 그는 "그동안 경기에 나갈 때 잘 해야 한다는 결과만 생각했다. 그래서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실망도 컸다"면서 "이제는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투구를 펼치고 싶다"며 앞으로 더 자신감 있는 투구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현재 롯데의 팀 상황은 좋은 편이 아니다. 8위로 처져 있고, 5위 KIA와 4경기 차이가 난다.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하지만 김유영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는 "우리 팀 모두가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은 간절하다. 간절한 희망을 하늘도 알아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무조건 가을 야구에 가도록 노력하겠다"며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