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어깨는 선천적으로 타고 난다. 그런 측면에서 서진용(24·SK)은 복을 받은 투수다. 시속 150㎞의 공을 언제든지 던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냈다. 마무리 투수는 경기 막판 상대를 압도할 수 있어야 한다. SK가 서진용을 미래의 마무리 투수로 점찍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서진용은 지난해 한 차례 시련을 겪었다. 상무 복무 시절부터 다소간 찜찜함이 있었던 팔꿈치 인대가 끊어졌다. 수술대에 올랐고 1년간 피나는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다만 상태가 좋아 1년 2개월여 만에 1군 무대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이런 서진용을 보는 SK의 시선은 신중함 그 자체다. 특히 서진용의 재활을 함께 했던 강화 SK 퓨처스팀 관계자들은 “조심해야 하는데…”라고 가슴을 졸인다.
하지만 서진용은 “너무 걱정을 안 하셔도 된다고 전해달라”고 농담을 건넬 정도로 여유를 찾았다. 서진용은 지난 7월 23일 1군 복귀전을 가진 이후 11경기에서 11⅓이닝을 던지며 1홀드 평균자책점 4.76을 기록 중이다. 별것 아닌 성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막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선수치고는 나쁘지 않다. 11⅓이닝에서 14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등 구위는 점차 힘을 찾아가고 있다.
아직 100%는 아니다. 팔꿈치 인대는 강해졌을지 몰라도, 1년 동안 공을 던지지 않아 감각이 떨어져 있다. 서진용은 “통증은 없다. 팔꿈치에 대한 불안감도 줄었다”라면서 “1년을 던지지 않아서 그런지 처음에는 내 팔이 아닌 것 같았다. 위화감이 있었다. 던지면서 서서히 감각을 찾고 있는 과정”이라고 했다. 주무기인 포크볼 제구가 되지 않은 것도 이와 연관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말대로 점차 나아지고 있다. 구속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조금 더 나아진 수준이다. 직전 등판이었던 18일 인천 두산전에서는 최주환에게 솔로포 한 방을 얻어맞긴 했으나 150㎞를 상회하는 강한 공과 함께 2이닝 동안 탈삼진 3개를 잡아내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서진용은 “벤치에서 웬만하면 연투를 안 시키려고 하신다. 연투는 물론 투구수도 관리를 잘해주신다. 크게 힘들거나 그런 건 없다”라고 고마워했다. 실제 서진용의 연투는 딱 한 번뿐이었다.
최대한 공을 앞으로 끌고 나와 던지는 서진용의 빠른 공은 여전히 일품이다. 지난해 프리미어12에 출전했던 두산 소속 한 대표선수는 “오타니의 공을 보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립서비스가 어느 정도 담겨 있겠지만 서진용의 빠른 공과 포크볼 조합은 인상적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두산은 이날 볼카운트가 몰리면 포크볼에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최대한 빠르게 패스트볼을 공략하는 전략을 공유했을 정도였다.
이렇게 서서히 감을 찾아가고 있는 서진용은 포크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슬라이더로 연마하고 있다. 서진용은 “포크볼을 많이 던지면 팔꿈치에 무리가 간다고 하는데, 사실 포크볼을 던지는 선수로서는 잘 모르겠다. 패스트볼을 던지는 것과 똑같다”라면서도 “단조로운 패턴을 극복하기 위해 슬라이더를 최근 연마하고 있는데 조금씩 성과가 나는 것 같다. 시즌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연마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SK 코치 시절 서진용을 봤던 김태형 두산 감독도 서진용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 이 선수에 대한 기대감이 단순한 SK만의 ‘설레발’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 감독은 “아직은 신진급이라 타자들의 기에 눌리는 면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서진용의 경력이 쌓이면 타자들을 기로 눌러 버리는 투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강력한 공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한다. SK의 차기 마무리가 야구계의 관심을 모으며 2017년을 향한 예열에 들어갔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