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게 된 심창민(삼성). 올 시즌 뒷문 단속에 나서는 등 팀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진 가운데 그의 부상 공백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21일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심창민에게 현재 상태를 물었다. 그는 씩 웃으면서 "뼈가 부러진 것도 아니고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대답했다. 마냥 철없는 막내 아들 같았던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삼성 마운드의 핵심 멤버가 된 만큼 그 책임감도 더욱 커진 느낌이랄까.
이날 30m 캐치볼 30개를 소화한 심창민은 "시즌을 치르는 동안 완벽히 낫는 건 사실상 힘들다. 경기할 수 있는 정도만 되면 충분하다. 운동 선수라면 누구나 안고 있는 수준의 통증"이라고 말했다. 임창용에 이어 안지만까지 팀을 떠나게 돼 삼성 계투진의 무게감은 예전같지 않은 게 사실.
심창민은 최근 10경기 4세이브 1패(평균 자책점 0.79)를 거두는 등 짠물 투구를 뽐냈다. 그래서 일까. 전력 이탈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서로 힘을 모아야 하는 이 시점에 빠지게 돼 많이 죄송하고 속상하다. 팀분위기가 좋아지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계속 지고 있었다면 죄송한 마음이 더 컸을텐데…".
지난해까지 만년 기대주에 머물렀던 심창민. 이제 그가 마운드에 오르면 막을 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긴다. 이에 심창민은 "그렇게 봐주신다면 좋겠지만 아직 부족하다. 그동안 나는 든든한 선배들의 보호 아래에 있는 존재였다. 선배라는 큰 나무 아래 시원한 그늘에만 머물렀던 내가 이젠 선배들의 역할까지 하게 됐는데 위기 상황을 막아낸 뒤 그 쾌감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정말 짜릿한 그 자체다. 나 스스로 잘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저 무난하게 하고 있다. 나무 아래 불안한 존재였는데 그나마 퇴보하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심창민은 괌 1차 캠프 때 "이제 더 이상 어린 나이가 아니다. 결실을 보여줘야 할 시기가 됐다"며 "감독님께서 '항상 기회를 잡을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 현재 상황이 내게 기회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나 스스로에게 기대치를 가지고자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성적만 놓고 본다면 기대 이상의 활약이다.
심창민 역시 "이제 와서 보니 도약을 위한 발판을 충분히 마련했다. 도움닫기 없이 높이 뛸 수 없다. 아파서 빠지게 된 건 정말 죄송하지만 나이는 어리지만 중요한 위치에서 던진다는 책임감은 크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비록 부상으로 빠져 있지만 마음 만큼은 동료들과 늘 함께 하고자 한다. 심창민은 "경기를 시작할때쯤이면 나도 모르게 TV 앞에 앉아 있다.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고 웃으면서도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없으니 그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최대한 빨리 복귀해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나는 무조건 가야 한다. 꼭 그래야만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심창민은 "나를 필요로 할때 빨리 돌아가는 게 팀의 일원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이자 의무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이 현재 9위에 머물러 있는데 아주 낯설다. 팬들도 아쉽겠지만 선수들이 그 아쉬움을 더 크게 느낀다"고 복귀를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