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결산] ‘최고보다 최선’ 즐기는 문화 정착된 리우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8.24 05: 35

전 세계인들의 축제인 올림픽. 성적에 목숨을 걸었던 한국에서도 그 의미를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2016 리우 올림픽이 22일 폐막식을 끝으로 17일 간의 열전을 모두 마친다. 리우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거둔 가장 큰 수확은 바로 ‘즐기는 올림픽’ 문화가 시작됐다는 것이 아닐까. 한 여름 더위에 잠 못 든 우리를 울리고 웃겼던 감동의 현장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리우 올림픽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 금메달 중심의 종합순위, 더 이상 의미 없다 

리우 올림픽을 100일 앞두고 대한체육회는 태릉선수촌에서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선수단장은 “한국은 금메달 10개로 세계 10위 진입을 노리는 10-10이 목표”라고 밝혔다. 체육인들과 국민들이 올림픽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땠는지 압축적으로 시사하는 한마디였다. 
과거에는 정말 그랬다. 금메달을 누가 많이 땄느냐에 따라 일방적으로 국가순위를 가르고, 우리나라가 목표 달성을 못하면 정말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금메달감으로 지목됐다가 좌절한 선수는 마치 영웅에서 역적이 된 분위기였다. 선수로부터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듣는 국민들도 뭔가 죄스러웠다. 평소 규칙도 잘 몰랐던 종목에서 뛰는 이름도 모르는 선수인데 뭐가 그렇게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는 말인가.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를 획득했다. 금메달을 우선으로 하는 순위에서 한국은 최종 8위를 차지했다. 당초 목표로 했던 금메달 10개는 따지 못했지만, 10위 안에는 들었으니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하지만 이제 국민들도 이런 일방적인 순위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안다. 한국이 금메달 10개를 못 땄다고 해서 당장 큰일이 생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금메달 획득을 확신했지만 좌절한 선수들은 여럿 있었다. 대표적인 종목이 세계랭킹 1위를 네 명 보유한 남자유도, 그리고 배드민턴 남자복식 이용대-유연성 조였다. 이들은 하나같이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그렇게 죄스러워할 필요가 없다. 가장 아쉬운 사람은 땀 흘리고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한 본인들이다. 국민들이 선수를 질책하기보다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을 어느 때보다 많이 볼 수 있었다. 
태권도의 이대훈은 8강전에서 패한 뒤 상대선수에게 박수를 쳐주고 손을 들어주는 신사적 행동으로 주목받았다.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을 딴 이대훈은 브라질 국민들에게 더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 ‘박정아 마녀사냥’의 교훈 
물론 한국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성인군자가 된 것은 아니었다. 일부 팬들은 부진한 선수들에게 일방적인 비난을 퍼부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여자배구의 박정아였다. 여자배구 8강전에서 박정아는 불안한 서브리시브를 보였고, 잇따른 범실까지 범해 패배의 일부 원인을 제공했다. 경기 후 팬들은 박정아의 SNS까지 찾아가 감정을 배설했다. 결국 상처 입은 박정아는 SNS 계정을 닫았다. 이정철 감독과 박정아가 귀국 후 해명을 했지만 부정적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국가대항전인 올림픽은 애국심과 소속감을 투영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스포츠를 단순한 운동경기로 보지 않고, 국가 간의 전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패배했을 때 선수들에게 더 큰 책임을 묻게 된다. 평소 이름도 잘 몰랐던 선수에게 스스럼없이 엄청난 비난을 쏟아낸다. 익명성에 숨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인터넷과 SNS는 이런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폭력으로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박정아는 자신에게 댓글을 단 팬들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악플을 달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다들 달았으니까’라는 인식은 변명거리가 될 수 없다. 
▲ 지나친 ‘국뽕’ 여전한 숙제 
지상파 3사는 한국선수들의 경기를 위주로 중계방송을 편성했다. 국민들이 시청자인 만큼 한국선수가 중심이 되는 해설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사실을 왜곡할 정도로 지나친 ‘국뽕해설’은 불편함을 줬다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한국선수가 시간을 끌면 ‘영리한 경기운영’이고 상대편이 하면 ‘진상’이라는 시선의 중계가 여전히 주류를 이뤘다. 
한국선수들의 중계방송은 여전히 메달획득이 유력한 종목에 몰렸다. 레슬링의 류한수는 여자배구 8강전에 밀려 제대로 중계방송을 타지도 못했다. 국민들은 생중계로 그의 경기를 보지 못해 분통을 터트렸다. 박인비가 여자골프에서 4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카누와 레슬링 경기도 외면을 받았다. 방송국이 ‘성적지상주의’에 매달린 결과다. 
올림픽에서 한국선수 출전경기 말고도 즐길 수 있는 경기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국내방송사는 여전히 지나치게 한국선수경기 위주로 편성을 하고 있다. 생방송 시간에는 어쩔 수 없다 고 치자. 하지만 하루 종일 한국선수 경기만 무한 재방송하는 것은 전파낭비라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 jasonse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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