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몰렸던 브라울리오 라라(SK)가 기막힌 반전투를 선보였다.
라라는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103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5볼넷 1탈삼진 2실점(1자책점) 역투를 펼쳤다.
지난 6월 말, 크리스 세든의 대체 선수로 영입된 라라는 150km를 상회하는 빠른공을 무기로 한 좌완 파이어볼러로 기대를 모았다. 메릴 켈리, 김광현과 함께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라라의 초반 모습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50km가 넘는 빠른공은 위력적이었지만 불안한 제구력과 기복에 발목 잡히는 경기가 많았다. 또한 선발 보다는 구원으로 나온 경우가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 선발 5경기에서는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7.29에 불과했지만 구원으로 등판해서는 2경기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1.42를 기록했다.
결국, 김용희 SK 감독은 라라의 선발 등판을 이날 롯데전을 기점으로 보직을 고민해보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김광현이 팔꿈치 통증에서 돌아와 불펜으로 예열을 하고 있고, 임준혁도 선발진에 합류한 상황이었다. 라라를 최적의 방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선발에 국한지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라라는 마지노선이었던 롯데전 선발 등판에서 반전의 역투를 펼쳤다. 이날 라라는 최고 154km까지 나온 빠른공을 무기로 롯데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탈삼진은 1개에 불과했고 57개의 스트라이크, 46개의 볼을 던지는 등 볼넷 5개를 내주며 제구에서는 여전히 아쉬웠다. 하지만 72개를 던진 빠른공과 최고 145km까지 나온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고비마다 타자들을 범타로 유도해내는 운영 능력을 선보이며 6이닝까지 버텼다.
6회말의 실점이 아쉬웠는데, 1사 1,2루에서 박헌도의 중전 안타 때 중견수 김강민의 홈 송구가 박헌도가 던지고 나간 배트에 맞고 굴절돼 첫 실점을 허용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의 전개에 당황할 수도 있었지만 이어진 1사 2,3루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김동한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실점을 최소화하고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이날 라라가 던진 103개의 공은 한국무대 한 경기 최다 투구수다. 지난 8월10일 LG와의 경기에서 던진 102개가 종전 최다였다. 아울러 선발로 던진 5경기 중에서 가장 적은 1자책점을 허용했다.
라라가 버티자 타선은 요소요소에서 득점을 뽑아냈다. 2회 하위타선의 집중타에 이은 조동화의 2타점 적시타로 2점을 뽑았고, 6회초 1사 1,3루에서 고메즈의 유격수 땅볼로 1점을 뽑았다.
하지만 불펜진이 라라를 도와주지 못했다. 8회말 롯데 타선의 집중타에 결국 불펜진이 버티지 못하며 3-4로 역전패 당했다. 라라의 반전 역투도 빛이 바랬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