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무도’라 가능했던 역사 교과서, 고마운 파급력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08.21 09: 30

‘무한도전’이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의 발자취를 들어다보며 또 다시 안방극장을 뜨끔하게 만들었다. 방송 내내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해 부끄러웠다는 반성과 이제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고 고마운 방송이었다는 호평이 가득하다.
지난 20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미국 L.A까지 날아간 멤버들이 도산 안창호의 혼이 아직까지 생생하게 남아있는 한인 거리와 유적들을 돌아보는 모습이 담겼다. 도산의 유족들이 전하는 감동적이고 안타까운 독립운동은 단순히 교육을 통해 독립운동을 꾀했다는 단편적인 역사적 사실만 알고 있는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도산은 국가의 아버지이지, 가족의 아버지가 아니었다는 도산의 딸이 남긴 말, 오렌지 농장에서 힘겹게 벌어들인 수익의 반을 독립운동자금으로 내놓았다는 한인들의 숭고한 투쟁 의식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물샘을 자극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시종일관 부끄러워했고, 이 모습은 시청자들과 같았다. 유족들이 남기는 도산의 나라 사랑과 올곧은 독립 의지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내딛고 있는 이 땅이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방송, 역사에 관용하는 것은 무책임이고 관용하는 자가 잘못하는 자보다 더 죄라는 도산의 말은 그가 왜 그토록 힘겹게 일제와 싸워왔는지를 알 수 있는 말이었기에 더 감동적이었다. 지금 우리가 역사에 관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상에 쫓기다보니 역사에 무책임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하는 시간이었던 것.

‘무한도전’은 미국까지 날아가 이미 예고된 정준하의 롤러코스터 벌칙을 수행한 후 도산의 업적을 돌아보는 의미있는 특집을 마련했다. 광복절즈음에 방송된 이번 도산 특집은 역사 교과서에는 자세히 나와있지 않은 도산의 숭고한 혼을 느낄 수 있었던 방송이었기에 안방극장을 뒤흔들고 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에게 역사 특강을 했던 ‘무한도전’은 지난 해 ‘배달의 무도’ 특집의 일환으로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문제를 다뤘고, 이번에는 독립 투사 도산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펼쳐놨다. 부끄럽게도 관심을 가지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사과, 앞으로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역력했던 ‘무한도전’ 멤버들의 모습은 우리가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난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을 터.
사실 ‘무한도전’이라 특별할 수 있었던 방송이었다. 도산을 다룬 다큐멘터리나 저서는 수없이 존재하지만 접근성과 파급력에 있어서 ‘무한도전’이라는 국민 예능을 따라갈 수는 없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간혹 펼쳐놓는 역사 교과서의 의미가 남다르다. ‘무한도전’이라서 더 강렬하게 전달이 되기 때문에 이런 역사 교육이라는 공익적인 발걸음을 잊지 않는 제작진과 멤버들의 꾸준한 시도가 고마울 뿐이다. 큰 인기를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데 있어서 올바른 방향을 끊임 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는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이번 도산과 시청자 사이를 좀 더 가깝게 만든 특집으로 다시 한 번 보여준 진면목이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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