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축구대표팀에 2년 전 안방에서 열린 월드컵은 악몽에 가까웠다. 8강까지 승승장구했지만 4강서 독일에 1-7 참패를 당했다. 반세기 전 '마라카낭의 비극'을 떠올리게 한 '미네이랑의 비극'이었다. '삼바 군단'의 에이스를 자처했던 네이마르(24, FC바르셀로나)는 정작 부상으로 독일전에 나서지 못했다. 브라질은 에이스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며 처참히 무너졌다. 관중석에서 조국의 참패를 지켜봤던 22살의 청년 네이마르는 2년 전과는 정반대의 반전 시나리오를 써내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브라질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21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결승전서 연장 120분 동안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서 5-4로 승리했다. 브라질은 올림픽 축구 역사상 첫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극적인 내용이었고, 짜릿한 결과였다.
독일은 승부차기 1번 키커인 긴터가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브라질도 아우구스투가 골망을 흔들었다. 독일은 2번 키커인 나브리가 골네트를 갈랐다. 브라질도 마르퀴뇨스가 성공했다. 4번 키커까지 팽팽했다. 독일은 브란트와 쥘레, 브라질은 하피냐와 루안이 모두 넣었다. 마지막에 승부가 갈렸다. 독일은 5번 키커인 페테르센센의 슈팅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힌 반면 브라질은 네이마르의 회심의 슈팅이 독일의 골그물을 흔들었다.
네이마르는 2년 전과는 분명 달랐다. 그 때도 지금도 에이스의 칭호는 변함이 없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그의 오른팔에 채워진 주장 완장이었다. 네이마르는 이번 대회 와일드카드로 2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선 은메달의 아쉬움을 남겼다.
네이마르는 브라질의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격했다. 2선의 가브리엘 헤수스, 루안, 가브리엘 바르보사와 호흡을 맞췄다.
미네이랑의 비극이 마라카낭의 환희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주연은 네이마르였다. 전반 27분 기가 막힌 프리킥 선제골을 뽑아냈다. 오른발로 날카롭게 감아 찬 공이 크로스바를 맞고 그대로 독일의 골망을 흔들었다. 네이마르의 환상 골에 홈팬들은 열광했다. 2년 전 절망이 환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네이마르와 브라질의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후반 14분 만에 동점골을 내줬다. 독일의 공격적인 변형 스리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측면 크로스를 너무 쉽게 허용했다. 박스 안으로 쇄도하던 막스 마이어에게 논스톱 오른발 동점골을 허용했다.
그럼에도 네이마르의 활약은 빛났다. 후반 32분 역습 찬스서 자로 잰 듯한 침투 패스로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했다. 안데르손의 슈팅이 수비 발에 걸렸다. 네이마르는 1분 뒤 드리블로 수비수를 따돌린 뒤 중거리 슈팅을 날렸지만 이마저도 수비 벽에 막혔다. 두 팀은 결국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네이마르는 연장 후반 1분 상대 수비진을 허무는 결정적인 패스를 건넸지만 안데르손의 슈팅이 골키퍼에 막히며 절호의 찬스가 무산됐다. 신은 끝내 네이마르와 브라질을 외면하지 않았다. 운명의 승부차기서 마지막 키커로 나선 네이마르가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명승부를 매조지했다./doly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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