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두산전 수비 실책 이후 연일 맹타
치명적 실수도 빠르게 극복하는 스타성
실수는 사람을 움츠러들게 하지만 때로는 스스로를 더 강하게 하는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큰 선수들에게 시련과 실수는 성장의 디딤돌로 작용했다. 한화 내야수 하주석(22)은 그래서 확실히 스타 기질을 타고났다.
지난 17일 청주 두산전은 하주석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밤이었다. 4-4 동점으로 맞선 7회 2사 1·2루에서 양의지의 평범한 내야 뜬공 타구를 어이없게 놓치며 승부가 넘어갔고, 갈 길 바쁜 한화에 치명적인 패배를 안겼다. 12일 울산 롯데전에 이어 같은 실수를 두 번이나 반복했다.
결국 경기 후 하주석은 홀로 나머지 훈련까지 받았다. 서울로 이동하는 날이었지만, 자정이 가까운 시간까지 피칭머신이 하늘로 내뿜는 공을 300개 가까이 받았다. 선수단과 따로 떨어져 미니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큰 실수에 자존심 상하는 나머지 훈련까지, 보통 멘탈로 견디기 어렵다.
하지만 하주석은 바로 다음날부터 보란 듯 실수의 아픔을 훌훌 털어냈다. 18일 잠실 LG전 2회 첫 타석부터 동점 투런 홈런을 터뜨렸고, 8회 쐐기 1타점 2루타까지 4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하루 전 역적에서 하루 만에 영웅이 되는 반전 스토리를 연출한 것이다.
19일 LG전에도 3타수 1안타를 친 하주석은 20일 수원 kt전에서 다시 한 번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7-9로 뒤진 9회 2사 2루에서 kt 마무리 김재윤의 3구째 슬라이더를 통타, 우측 담장을 장외로 넘어가는 비거리 125m 동점 투런 홈런을 폭발한 것이다. 패색이 짙던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비록 9회말 kt 윤요섭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한화는 패했지만 하주석이 보여준 한 방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수비 실수 이후 3경기에서 12타수 6안타 타율 5할 2홈런 5타점으로 무서운 기세를 뽐내며 실수에 위축되지 않고, 성장의 디딤돌로 삼았다. 큰 선수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최고 유격수로 명성을 떨쳤던 박진만도 현대 시절 안일한 플레이로 김재박 감독에게 경기 후 1대1 펑고를 받고 초주검이 된 바 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SK 시절 정근우와 최정도 경기 중 실수 이후 나머지 훈련을 받았다. 그 선수들이 모두 시련을 딛고서 큰 선수가 된 것처럼 하주석도 같은 과정이다.
20일까지 하주석은 시즌 81경기에서 타율 3할4리 83안타 9홈런 47타점 40득점 5도루 OPS .817을 기록 중이다. 규정타석을 채우긴 쉽지 않지만, 한화에 모처럼 3할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을 치는 유격수가 등장했다. 실책 14개도 함께 기록했지만 그마저 세금처럼 느껴질 만큼 하주석의 성장이 고무적이다. /waw@osen.co.kr
[사진] 수원=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