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30홈런, 구단 역사상 네 번째
39홈런 페이스, 이호준 36홈런 정조준
부진하다 부진하다 그래도 최정(29·SK)은 최정이다. 하나둘씩 쌓기 시작한 홈런 금자탑이 어느덧 30층에 이르렀다. 개인 최고 높이의 탑을 쌓았으니, 이제는 구단 최고 높이에도 도전할 차례다. 산술적으로 가능성은 충분하다.
최정은 1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1회 솔로포, 8회 추격의 투런포를 기록하는 등 2홈런 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18일 경기에서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13년 28개)과 타이를 이뤘던 최정은 아홉수 따위는 생각할 시간도 없다는 듯 곧장 30홈런을 향해 돌진했다.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멀티홈런 경기가 8차례였던 최정은 올 시즌에만 5번째 멀티홈런 경기를 기록하며 화끈한 감을 과시하고 있다. 올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타율은 떨어졌으나 홈런 페이스만은 건재했던 최정이다. 최근에는 전반적인 타격감이 올라오면서 타율까지 좋아지고 있다. 2할 중반대에서 허덕이던 최정의 타율은 어느덧 2할8푼8리다. 방망이에 걸리는 타구가 많으니 홈런도 덩달아 늘어나는 모습이다.
앞으로 감을 이어가야 한다는, 또 몸이 건강해야 한다는 전제는 붙지만 최정의 현재 페이스는 39홈런·94타점 페이스다. 이보다 최종 성적이 떨어질 수도 있으나 오히려 페이스를 좀 더 끌어올린다면 40홈런·100타점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홈런은 물론 타점 또한 자신의 경력 최고 수치다. 최정은 후반기 타율 3할7푼1리, 10홈런, 22타점의 성적을 내는 등 전반적인 타격 페이스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SK 역사상 한 시즌에 30개 이상의 홈런을 친 타자는 딱 세 명이다. 2002년 페르난데스가 45개의 홈런을 터뜨려 구단 신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 뒤를 이호준(현 NC, 2003·2004년), 박경완(현 SK 배터리코치, 2004년)이 이었다. 그러나 그 후로는 한 번쯤 있을 법했던 30홈런 타자가 한 명도 없었다. 2013년 최정과 지난해 브라운이 28개씩의 홈런을 친 것이 가장 근접했던 수치다. 그런데 올해 최정이 결국 그 벽을 깼다.
앞으로 미친 활약이 나오지 않는 이상 페르난데스의 기록을 깨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토종 최다 홈런 기록은 경신이 가능해 보인다. SK의 토종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이호준이 2003년 기록한 36개(133경기)다. 2위는 2004년 박경완의 34개(132경기)다. 최정의 현재 기록은 역대 공동 3위(이호준 2004년 30홈런)인데 페이스는 두 선수와 비슷하다. 당시보다 경기수가 늘어난 것은 기록 경신의 긍정적 요소다.
물론 홈런이라는 것이 한 경기에 두 개 나올 수도 있지만, 몇 경기에 하나도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자칫 홈런에 욕심을 낼 경우 밸런스가 망가지는 경우도 많다. 그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을 필요는 있다. 그러나 최정은 이미 통산 1231경기에 출장한 베테랑 타자다. 그 정도 요령은 가지고 있을 법하다. 본인의 장점이었던 정교함을 되찾고, 홈런의 힘은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