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청춘시대’, 산다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8.20 06: 49

아직 살아온 날보다 살 날이 몇 배는 남은 청춘들이지만, ‘청춘시대’의 다섯 하우스 메이트는 문득 일상 속에서 부끄러움을 느끼곤 했다. 이유는 다양했지만 이들은 모두 그 괴로운 부끄러움의 원인을 자신에게 찾으려 했다. 이 이야기는 다섯 명의 청춘이 산다는 것이란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었다.
지난 19일 방송된 JTBC ‘청춘시대’에서는 벨에포크에서 한 식구가 된 윤진명(한예리 분), 강이나(류화영 분), 정예은(한승연 분), 송지원(박은빈 분), 유은재(박혜수 분)는 삶 속에서 마주한 각자의 고민 때문에 괴로워했다.
정예은은 그의 일상을 꽉 채우고 있던 남자친구 고두영(지일주 분)과 헤어진 후 무리해서 밝게 살려다가 후폭풍을 맞았다. 애인이 있을 때는 습관처럼 했던 제모를 잊고살던 자신이 정예은은 부끄러웠다. 송지원은 고민 따윈 없이 사는 듯한 자신이 고민이었다. 그는 한참을 같이 웃고 떠들다가도 생각에 잠기곤 하는 친구들에 비해 스스로가 너무 초라해 보였다.

유은재의 고통은 죽은 오빠에 대한 죄책감과 가족을 차례로 잃고도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엄마를 향한 창피함이었다. 소심했던 자신을 많이 벗어 던지고 선배 윤종열(신현수 분)과의 연애도 시작했지만, 아직 스스로가 떳떳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자신에게 고민을 털어 놓으라는 남자친구의 용기에도 마음을 닫아버렸다.
윤진명은 늘 자신을 옥죄는 생활고와 그 때문에 가족을 버리고 싶어하는 자신이 수치스러웠다. 때문에 박재완(윤박 분)의 적극적 구애도 전부 쳐냈던 그다. 낡아빠진 구두는 부끄럽지 않았지만, 권력을 이용해 추근거리거나 자신을 무시하기 일쑤인 레스토랑 매니저(민성욱 분)에게 반항하지 못하는 자신이, 윤진명은 가장 창피했다.
그런가 하면 강이나는 열심히 살아가는 친구들을 한심하게 여기던 자신의 모습에 낯뜨거워하기 시작했다. 그는 10년 후의 미래를 그리는 하우스 메이트들을 보며 과거의 기억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스스로를 깨달았다. 원하는 건 간단히 얻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미련 따윈 갖지 않았던 그는 싸구려 장난감보다 쉽게 부서지는 삶을 왜들 그렇게 소중히 여기는지에 대해 알고 싶었다.
이 모든 것이 ‘나’라는 개인의 책임이 아님을 , 산다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가장 먼저 자각한 것은 강이나였다. 죽은 딸과 같은 사고를 당했지만 살아남은 강이나에게 앙심을 품고 있던 오종규(최덕문 분)의 덕이었다. 거대한 사고의 책임을 강이나 한 사람에게 돌리려 했던 자신의 부덕을 인정하고 살아가라고 어깨를 두드렸다. 이로써 강이나는 사고 속에서 가까스로 건진 목숨에 죄책감을 느끼던 자신과 작별했다.
윤진명 역시 수치심 속에서 자신을 지켜냈다. 그를 도둑으로 모는 매니저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쉬이 흘리지 않던 눈물을 쏟아내며 감정을 폭발시켰다. 하지만 윤진명은 기대했던 면접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는 다시금 스스로를 원망할 지도 모른다. 다른 하우스 메이트들 역시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릴지 모른다. 하지만 강이나가 그랬듯, 이들은 산다는 것, 살아 남는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는 진리를 깨우칠 것이다. 강이나가 물 속에 가라앉은 과거의 자신을 묻어 두고 앞으로 나아갈 채비를 했듯이. /bestsurplus@osen.co.kr
[사진] ‘청춘시대’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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