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8승을 비롯, 2013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고 있는 유희관(30·두산)은 18일까지 통산 평균자책점이 4.04였다. 그런데 상대별·구장별로 살펴보면 옥의 티가 있었다. 바로 SK와 인천이었다.
유희관은 SK와의 통산 19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6.23에 이른다. 상대팀별로 봤을 때는 가장 나쁜 수치다. 여기에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9경기(선발 8경기)에서는 1승3패 평균자책점 7.04로 더 좋지 않은 수치를 냈다. 전반적으로 SK에 약했고, 잠실보다는 구장 규모가 작은 인천에서 더 고전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 시즌도 SK와의 3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한 차례였다.
그런 유희관이 SK와 인천의 징크스를 깼다. 유희관은 1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⅓이닝 동안 121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2피홈런) 2볼넷 4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 팀의 8-3 승리를 이끌며 시즌 13승(4패) 고지를 밟았다. 시즌 13번째 퀄리티스타트도 동시에 따냈다. 유희관이 인천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2014년 5월 15일 이후 무려 827일 만이다.
최근 3경기에서 모두 7이닝 이상을 던지며 4실점 이하로 막고 3연승을 내달렸던 유희관은 그 기세를 이날도 이어갔다. 여전히 빠른 공 구속은 특별하지 않았지만 체인지업·슬라이더·커브 등을 잘 섞으며 안정된 피칭을 이어갔다. 팀 타선 지원이 많지 않아 긴장되는 순간의 연속이었지만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유희관의 기가 SK 타선을 누른 한 판이었다.
1회 최정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5회까지는 실점이 없었다. 장타력이 있는 SK 타선을 변화구로 요리한 것이 눈에 띄었다. 여기에 좌우를 찌르며 완벽한 코너워크가 동반된 빠른 공으로 SK 타자들을 얼어붙게 했다. 좌우존이 비교적 넓은 것을 확인한 유희관은 자신의 장점인 제구력을 마음껏 활용한 공격적인 피칭으로 투구수까지 줄여나갔다. 5회까지 투구수는 74개였다.
6회에는 발 빠른 타자인 선두 조동화에게 볼넷을 내주며 까다롭게 시작했다. 그러나 최정을 중견수 뜬공으로, 정의윤을 3루수 땅볼로, 김성현을 2루수 땅볼로 잡고 상대 중심타선을 완벽하게 침묵시켰다.
2-1로 앞선 7회에는 선두 박정권의 좌중간 2루타성 타구를 중견수 박건우가 호수비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2사에서는 김민식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김강민을 2루수 땅볼로 잡아내고 7회도 무실점으로 정리했다.
팀 타선이 8회 4점을 뽑아 잘 버틴 유희관을 화끈하게 지원했고 유희관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팀 불펜 전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다소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결국 1사 1루에서 최정에게 다시 좌월 2점포를 맞고 3실점한 채 강판됐다. 하지만 120구를 넘기는 투지를 불태우며 어쨌든 불펜진에 휴식 시간을 제공한 점은 높이 평가해야 했다. 느리지만 강한 유희관의 진가가 드러난 한 판이었다.
경기 후 유희관은 문학 징크스에 대해 "팀이 연승을 해도, 연패를 해도 선발로 나가면 부담인데 기분 좋은 부담을 안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던졌다. 문학에서 안 좋아서 역으로 마음 편하게 먹고 던졌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면서 "루틴대로 하고 있는데 후반기에 약했기 때문에 거기에 신경을 많이 쓰고 러닝도 많이 한다.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신경을 많이 써 주신다"라고 말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