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폭발’ 최정, 자존심 지킬 수 있을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8.19 13: 05

최정(29·SK)은 리그 최정상급의 중장거리 타자다. 홈런을 칠 수도 있고, 정확도도 담보할 수 있었다. 여기에 도루 능력도 괜찮았고 수비는 특급이었다. 그리고 젊었다. 최정이 2015년 시즌을 앞두고 4년 86억 원이라는 대형 계약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당시 그가 야수 최고액을 받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최근 2년간의 부상 터널에서 완전히 빠져 나온 최정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성적은 조금 아쉽다. 토종 2위에 해당되는 홈런(28개) 생산력은 분명 뛰어나다. 하나만 더 치면 한 시즌 개인 최다다. 그러나 타율이 떨어졌다. 3할을 보장한다는 최정의 타격은, 극심한 타고투저와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2할대 중반에 머물렀다. 전반기가 끝났을 때 최정의 타율은 2할6푼3리였다.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타격감이 오락가락했다. 조금 좋을 때는 확 몰아쳤다. 그러나 그 감을 꾸준하게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처지기 일쑤였다. 최정도 “좋을 때 타격감을 찾는 것 같으면서도 또 기복이 있었다”라고 말한다. 기본적인 타율이 떨어지다 보니 득점권에서도 답답한 양상이 이어졌다. 그러나 최정은 최정이다. 후반기 성적은 소리 소문 없이 오르고 있다. 조금 늦었지만 점차 자신의 평균을 향해 가고 있는 느낌이다.

최정은 후반기 25경기에서 타율 3할6푼5리, 8홈런, 1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전반기와 비교하면 타율이 확 올랐다. 8월 성적은 더 좋다. 18일까지 13경기에서 타율 4할3푼5리, 4홈런, 9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율·출루율·장타율에서 모두 상위권에 올라 있고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무려 1.288에 이른다. 이는 8월에만 홈런 7방을 때려낸 김재환(두산·1.293)에 이은 리그 2위 기록이다.
최정은 전반기 초반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경우가 적잖았다. 인플레이타구 타율이 자신의 통산보다 크게 떨어지는 등 약간의 불운한 측면도 있었다. 이에 비해 후반기 타격감은 괜찮다. 최정은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가운데와 좌우중간 방향으로 가는 타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했다.
여전히 삼진은 많은 편(46타수 10삼진)이지만, 대신 사사구 9개를 골라 5할2푼7리의 높은 출루율을 유지하고 있다. 빗맞아 높게 뜨는 타구도 줄어들었다. 내야를 빠져 나가는 안타의 타구 속도 또한 좋아지는 등 전반적으로 개선된 모습이 보인다. 타석에서 부담을 덜어서 그럴까. 최근 수비는 깔끔 그 자체다. 최정은 후반기 25경기에서 실책이 딱 한 개다.
이런 최정의 시즌 누적 타율은 2할8푼5리로 올라왔다. 28홈런은 흠잡을 곳이 없는 수치고, 그렇게 쌓이지 않던 타점도 어느덧 70타점이 됐다. 타율·타점 모두에서 조금은 아쉽지만 막판 스퍼트를 한다면 정상 범위 내에서 시즌을 마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야수들의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SK로서는 최정이 결국 팀을 이끌어가야 한다. 자존심을 지킬 마지막 33경기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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