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연속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했던 삼성은 올 시즌 하염없이 추락하고 있다. 7월초 9위로 내려앉더니 최근 한 달 동안 9위에서 변함이 없다. 격세지감이다.
가장 큰 이유는 부상이다. 최형우, 구자욱, 이승엽 등 주전 대부분이 부상으로 한 두 차례 엔트리에서 빠졌다. 외국인 선수 쿼터 3자리도 부상으로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웹스터(부상 퇴출)와 벨레스터(부진 퇴출)가 중도 교체됐고, 타자인 발디리스는 고질적인 아킬레스건으로 부상자 신세다. 새로 영입한 레온(2경기 후 부상)은 거의 유령 선수다.
8월 들어 분위기 반전을 노리려고 하는데 '사구'로 톱타자 2명을 연이어 잃었다. 황망 그 자체다. 류중일 감독이 선호하는 오른손 톱타자 배영섭은 지난 10일 대전 한화전에서 송창식이 던진 공에 오른 손목을 맞았다. 다음날 검진 결과 손목 미세골절로 나타났다. 재활에만 최소 4주 진단을 받아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배영섭은 6월28일 롯데전에서 1루로 귀루하다 슬라이딩 과정에서 왼손 중지 미세 골절상을 당했다. 7월28일 복귀 후 8경기에서 타율 0.361(36타수 13안타) 9득점으로 톱타자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던 중 불의의 부상으로 쓰러졌다.
배영섭의 부상 이탈 후 최재원이 톱타자 임무를 넘겨받았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왼손목 미세 골절상을 당한 최재원은 7월초 1군에 복귀했다.
내외야 멀티 플레이어인 그는 1군에 올라오자마자 3할대 타율과 함께 외야, 2루, 3루 등 전천후로 활약했다. 최근에는 발디리스의 아킬레스건 부상 재발로 3루수로 고정됐다.
지난 11일 두산전부터 톱타자로 줄곧 출장한 최재원은 이후 7경기에서 타율 0.333(27타수 9안타) 8득점으로 배영섭 공백을 메웠다. 지난 겨울 FA 박석민(NC)의 보상 선수로 삼성으로 이적한 그는 보상 선수 성공기를 써가고 있었다.
하지만, 최재원은 18일 수원 kt전에서 장시환이 던진 147km 직구에 왼쪽 턱을 맞고 쓰러졌다.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검진을 받았고, 턱뼈 골절로 판명났다. 배영섭과 마찬가지로 잔여 시즌을 뛸 수 없을 전망이다.
하위권 탈출을 위해 몸부림치는 삼성에 치명적인 악재다. 배영섭, 최재원의 연이은 부상으로 류중일 감독은 톱타자 대안을 고심해야 한다. 삼성은 18일 kt에 대역전승을 거두며 5위 KIA에 4.5경기 차이로 추격했지만, 승리의 달콤함보다는 부상의 씁쓸함이 가득하다.
/orange@osen.co.kr
[사진] 최근 일주일 사이에 사구에 쓰러진 삼성 배영섭(왼쪽)과 최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