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권 빈타에 주루사까지 꼬였다. SK로서는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발로 차버렸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경기였다. 이런 흐름이 시즌 내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5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SK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할 만하다.
SK는 1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5-9로 지면서 연승에 실패함과 동시에 다시 5할이 무너졌다. 초반 켈리의 부진도 부진이지만 경기 내내 찾아온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서 두산의 기세를 꺾을 기회를 놓친 것이 결정적이었다. 켈리에 이어 불펜에서 조정 기간을 거치고 있는 에이스 김광현까지 승부처에서 냈으나 패해 심리적인 타격이 더 컸다.
켈리의 초반 제구 난조로 2회까지만 5점을 내준 SK였다. 그러나 반격 시점이 빠른 게 다행이었다. 2회 선두 정의윤의 우전안타, 김성현의 몸에 맞는 공, 김동엽의 좌전안타로 무사 만루를 만들었고 박승욱의 유격수 땅볼 때 야수 선택으로 1점을 만회했다. 이어 김민식이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3-5까지 쫓아갔다.
경기 초반임을 고려하면 큰 점수차가 아니었고 오히려 분위기는 SK쪽이 올라오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여기서 SK는 김강민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흔들리는 보우덴에게 아웃카운트 하나를 주더라도 2,3루를 만들어 고메즈 박정권의 타점을 기대하겠다는 작전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실패로 끝났다.
고메즈는 초구를 건드려 2루수 뜬공에 그쳤다. 박정권도 역시 초구를 받아쳤으나 중견수 뜬공에 머물렀다. 최소 1점 정도를 더 기대했던 벤치의 작전이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었다. 번트는 안 하니만 못한 작전이 됐다.
3회에도 1사 1,2루 기회가 있었지만 김동엽 박승욱이 나란히 삼진으로 물러났다. 4회에는 선두 김민식이 2루타를 치고 나갔지만 이후 들어선 김강민 고메즈 박정권이 침묵하며 역시 추가점을 뽑지 못했다.
결정적인 순간은 5회였다. 3-5로 뒤진 SK는 최정과 정의윤이 연속 안타를 치고 나갔다. 여기서 김성현은 위장 번트 모션으로 보우덴을 괴롭힌 끝에 3B의 유리한 카운트를 잡았고 결국 우익수 키를 넘기는 안타를 쳤다.
여기서 주자들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았다. 2루 주자 최정은 우익수의 포구를 보고 뛰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확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과감하게 스타트를 끊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반면 정의윤은 안타를 확신한 듯 2루 근처에 와 있었다. 안타가 되는 것을 확인한 두 명의 주자가 나란히 뛰는 상황이 됐는데 최정이 3루를 돌다 멈춤 지시를 받았다.
이에 거의 3루까지 온 정의윤은 2루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아웃됐다. 오른발이 무난히 먼저 들어갔으나 김재호의 발과 부딪히면서 그 반동 탓에 베이스를 지나쳤고, 왼쪽 발 또한 김재호의 오른발에 막혀 베이스에 닿지 못했다. 운도 따르지 않은 장면이었다. 어쨌든 최소 무사 만루 기회가 1사 1,3루로 바뀐 것이다.
결국 SK는 김동엽이 삼진으로 물러났고, 박승욱의 타석 때는 김성현의 2루 도루 때 최정이 홈을 파고들었으나 간발의 차이로 아웃됐다. 안타 세 개를 치고도 주루사 두 개에 점수가 날아갔다. 리그 1위 두산을 상대로 이런 경기를 하고도 이기길 바라는 것은 과욕이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