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의 위치선정(?)이 결과적으로는 두산의 승리를 불렀다. 양의지의 홈런은 찾아온 승기를 굳히는 쐐기포였다.
두산은 1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초반부터 타오른 타선의 힘, 그리고 선발 마이클 보우덴의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앞세워 9-5로 이겼다. 경기가 마냥 무난하게 흘러갔던 것은 아니었다. 수차례 SK의 도전을 받았으나 이를 이겨내며 리그 1위 팀 다운 저력을 과시했다.
3·4회 실점 위기를 잘 넘긴 두산은 5회에도 위기를 맞이했다. 최정과 정의윤의 연속 안타에 이어 김성현이 위장 번트 모션으로 보우덴을 괴롭힌 끝에 우익수 키를 넘기는 안타를 쳐냈다. SK 주자들의 타구 판단이 조금 빨랐다면 1점을 추격하고 최소 무사 1,3루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우익수 키를 살짝 넘기는 타구라 타구 판단이 애매했다고 하더라도 신중하게 갔다면 무사 만루였다.
그런데 여기서 SK 주자들의 움직임이 꼬였다. 안타가 된 것을 확인하고 최정과 정의윤이 나란히 뛰기 시작했다. 여기서 3루를 돌던 최정이 멈춤 지시를 받았고 2·3루 사이에 멈춰선 정의윤은 공이 홈으로 가는 사이 2루로 돌아갔다. SK로서는 아쉽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정의윤이 무난히 2루에 먼저 들어가는 타이밍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슬라이딩으로 들어가던 정의윤의 오른발이 2루에서 태그를 기다리고 있던 유격수 김재호의 오른발이 걸렸다. 오른발이 베이스 앞에 있었는데 부딪히면서 정의윤의 오른발이 들렸고 2루 베이스를 찍었다 그대로 밀고 나가 버렸다. 그 사이 공이 도착했고, 김재호가 정의윤을 태그했다.
공이 오는 길목에서 태그를 기다리다보니 그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뒤이어 들어가던 정의윤의 왼발마저 김재호의 오른발에 걸렸다. 김재호의 오른발이 정의윤의 두 발을 모두 묶어 버린 셈이 된 것이다.
원심은 세이프였지만 심판합의판정 끝에 아웃으로 정정됐다. 정의윤의 오른발이 2루 베이스에서 떨어진 사이 태그가 됐기 때문이다. 김재호로서는 통증과 결정적 아웃카운트 하나를 바꿨다. SK로서는 자신들의 실수가 최악의 상황을 부른 꼴이었다. 결국 김이 빠진 SK는 5회 기회에서 3안타를 치고도 단 1점을 내지 못하며 무너졌다.
양의지의 홈런포는 쐐기포였다. 두산은 5-3으로 앞선 7회 1사 1루 상황에서 SK 에이스 김광현을 맞이했다. 김광현은 팔꿈치 부상 이후 불펜에서 투구수를 조금씩 늘려가는 과정에 있었다. SK는 이왕 불펜에서 30개 정도의 공을 던질 예정인 김광현을 승부처에 투입했다. 김광현은 힘 있는 타자인 김재환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그 다음 타자 양의지에게 던진 초구 128㎞ 체인지업이 밋밋하게 떨어졌고, 양의지는 이를 놓치지 않고 방망이를 돌려 우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터뜨렸다. SK의 전의가 완벽하게 꺾이는 순간이자, 두산이 승기를 굳히는 순간이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