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초반에는 우리가 알던 메릴 켈리(28·SK)가 맞나 싶었다. 켈리가 초반 부진을 보이며 승리 요건을 챙기지 못했다. 중반 이후 제 페이스를 찾았기에 더 아쉬운 초반 난조였다. 마지막 순간에는 경련 증세로 마운드를 내려가는 등 여러모로 뜻대로 되지 않은 하루였다.
켈리는 1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5⅔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1피홈런) 4볼넷 1탈삼진 5실점을 기록하며 승리요건을 챙기지 못했다. 오히려 2015년 9월 19일 KIA전 이후 이어온 인천 6연승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150㎞에 이르는 빠른 공, 다양한 변화구, 그리고 그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존에 넣을 수 있는 제구력을 동반한 켈리다. 지난해 두 자릿수 승수에 이어 올해도 8승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러나 이날 초반에는 제구가 영 안 됐다. 변화구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패스트볼 제구조차 날렸다. 살짝 빗나가는 것도 아닌, 아예 타깃을 크게 벗어났다. 영점이 전혀 잡히지 않는 모습이었다.
1회부터 흔들렸다. 1사 후 최주환에게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맞았고 민병헌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이후 김재환 양의지에게 모두 볼넷을 내줬다. 상대 장타력을 의식한 것도 있었지만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넣기도 힘겨워보였다. 결국 오재일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때 1점을 더 내줬다.
2회에는 1사 후 허경민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았고 최주환에게 다시 볼넷을 내줬다. 전혀 제구가 잡히지 않았다. 민병헌을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한숨을 돌리는 듯 했으나 김재환에게 던진 149㎞ 빠른 공이 가운데 몰리며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얻어 맞았다. 초반의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다행히 팀 타선이 2회 3점을 내 힘을 불어넣었고 켈리는 3회를 삼자범퇴로 정리하며 안정을 찾았다. 4회도 가볍게 정리한 켈리는 5회 선두 김재환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양의지를 병살타로 처리한 끝에 무실점을 기록하며 버텼다. 하지만 팀 타선은 3회부터 5회까지 모두 선두타자를 내보냈음에도 추격점을 올리지 못하며 오히려 켈리가 쫓기는 신세가 됐다.
켈리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두 개를 차분하게 잡아냈다. 그러나 2사 후 허경민 타석 때 오른쪽 햄스트링 부위에 경련 증상을 호소하며 전유수로 교체됐다. 고질적인 통증이었다. 다행히 부상 상태가 심하지는 않다는 게 다행이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