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마무리’ SK 김찬호, 대범한 신예 떴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8.18 14: 14

“동산고 투수…라는 말만 나오면 그 이름이 아니길 기도했죠”
송태일 SK 스카우트 팀장은 지난해 8월 열렸던 2016년 신인드래프트를 회상하며 웃었다. SK는 1라운드에서 내야 거포 유망주인 임석진(서울고), 2라운드에서 대학 정상급 투수였던 김주한(고려대), 그리고 3라운드에서 중앙 내야수로서 잠재력이 뛰어난 안상현(용마고)을 뽑았다. 그런데 내심 노리고 있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동산고 투수 김찬호(19)였다. 조금 밀릴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확신하기는 애매했다. 조마조마한 지명이었다.
다행히 동산고의 다른 투수들이 앞서 뽑히는 동안 4라운드까지 김찬호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SK는 주저 없이 김찬호를 지명했다. 송 팀장은 “운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잠재력을 높게 보고 있었다. 송 팀장은 “2학년 때까지는 내야수로 뛰었다. 김찬호보다 더 좋은 투수가 두 명(안정훈 최민섭, 이상 넥센)이 있어 투수로는 가끔 나선 정도다. 하지만 김찬호도 투수로서 매력적인 선수였다. 야수로 뛰어 내야 수비도 아주 잘 한다”라고 떠올렸다.

이런 송 스카우트와 SK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되고 있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맹활약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2군이라고 해도 신인 투수가 자기 자리를 잡는 것은 쉽지 않다. 죄다 아파 쓰러지는 요즘 현실이라면 더 그렇다. 그러나 김찬호는 올 시즌 2군 25경기에서 1패4세이브 평균자책점 2.33으로 빼어난 성적을 냈다. 6월 18일부터 8월 17일까지 20경기에서는 실점이 딱 3점이다. 나왔다 하면 무실점이었다. 지금은 다른 선배들을 제치고 2군 부동의 마무리다.
코칭스태프도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김경기 SK 퓨처스팀(2군) 감독은 사실 선수 평가에 있어 그렇게 후한 지도자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김 감독조차 “공격적 패턴, 투구 매커니즘 등 전반적인 측면에서 2군 선수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선수”라고 호평 일색이다. 김 감독은 “구속이 빠르지는 않지만 놓는 포인트가 너무 좋다. 앞에서 놓는다. 때문에 타자로서는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단할 시간이 아주 짧다”라고 김찬호의 장점을 설명했다.
강화의 지도자들은 이런 장점을 대번에 꿰뚫고 김찬호를 불펜 요원으로 육성 중이다. 김경태 루키팀 코치부터 김찬호의 좋은 재능에 점수를 주며 마무리로 키웠다. 대만 퓨처스캠프 당시 잘못된 버릇을 고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김 코치와 함께 다소 옆에서 나오는 타점도 높이는 작업을 거쳤다. 김 코치는 “2군에 가면 중간에서 대기할 수 있도록 마무리를 시켰는데, 2군에서도 마무리를 하더라”라고 놀라워했다. 이런 성장세를 확인한 SK는 17일 육성선수 신분이었던 김찬호를 정식선수로 등록했다.
정식선수 등록 소식을 들은 김찬호는 최대한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려고 하면서도 “부모님께서 많이 기뻐하셨다”라고 말했다. 김찬호는 “사실 올해 몸을 좀 만들며 2군서 던지고, 내년도 아니고 나중에 좀 더 나이가 들면 1군에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올해 등록은 기대도 안 했다”라면서 “김상진 코치님이 스트라이크 두 개를 던지면 볼을 빼지 말고 공격적으로 던지라고 주문하신다. 제춘모 코치님도 신인이니 겁먹지 말고 던지라고 격려해주신다”라며 강화의 지도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김찬호의 구속은 최고 140㎞대 초반이다. 그러나 포인트가 워낙 좋고 투구폼도 까다로워 타자들이 느끼는 체감 속도는 그 이상이다. 여기에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가 워낙 좋다. 현역 시절 강타자였던 김 감독조차 “초구에 그런 슬라이더를 던지면 타자들의 방망이가 나오기 쉽지 않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야수로 주로 뛰어 어깨도 싱싱하다. 김찬호는 “어깨나 팔꿈치가 아팠던 적은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정교한 제구력과 공격적인 피칭 스타일이다. 김찬호의 피칭은 시원시원하다. 17일 경찰청과의 경기에서도 1이닝을 공 8개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스트라이크, 파울, 타격 외에는 기록지에 기록된 것이 없었다. 볼이 없었다는 의미다. 그만큼 제구와 강심장도 갖추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차세대 불펜 요원으로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경기 감독은 “아직 어린 선수라 군에도 갔다 와야 하지만, 지금보다 몸을 불리고 구속이 4~5㎞ 정도만 향상되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김찬호도 “현재 72㎏ 정도다. 시즌 들어올 때 75㎏ 정도였는데 살이 빠졌다.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다. 지금은 힘들고 겨울에 많이 먹고 많이 찌우겠다”라면서 “지금은 빠른 공, 슬라이더 패턴인데 체인지업도 한 번 배워보고 싶다. 그래도 경기에 나서고 어쨌든 결과가 좋아 자신감은 많은 붙은 것 같다. 아직 고칠 점이 많으니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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