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청주' 한화 부진에는 이유가 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8.18 05: 58

올해 청주 5G 만원관중에 1승4패 부진  
열악한 환경, 사실상 원정 '경기력 저하'
한화가 올 시즌에도 청주 악몽을 극복하기 못했다. 벌써 5년째 청주 경기 승률 5할 밑이다. 

한화는 지난 16~17일 청주구장에서 치러진 두산과 홈 2연전을 모두 내줬다. 첫 날 무려 5개의 홈런을 맞으며 3-13 대패를 당했고, 이튿날에는 수비에서 어이없는 실책이 속출하면서 4-7로 졌다. 힘겨운 5강 싸움으로 갈 길 바쁜 한화는 청주에서 연패를 빠지며 5위 KIA와 격차가 3.5경기로 벌어졌다. 
한화는 지난 6월17~19일 넥센과 시즌 첫 청주 3연전에서도 1승2패로 루징시리즈를 당한 바 있다. 청주 첫 경기였던 6월17일에만 승리했을 뿐, 이후 4경기를 내리 패했다. 올해 청주 경기 일정을 모두 마감한 한화는 1승4패란 씁쓸한 성적을 받아들었다. 대전 홈경기 26승20패2무 호성적과 비교가 된다. 
올 시즌만의 일은 아니다. 2012년 4승7패, 2013년 3패, 2014년 2승3패, 2015년 2승3패에 이어 올해 1승4패로 5년째 5할 승률 실패. 5년간 청주 29경기 통산 성적은 9승20패로 승률이 3할1푼밖에 되지 않는다. 이 기간 한화가 무려 3번이나 꼴찌에 그친 암흑기라는 것을 감안해도 유독 성적이 좋지 않다. 
이처럼 한화가 청주만 오면 고전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열악한 환경으로 홈 어드밴티지를 전혀 누리지 못한다는 데 있다. 원정처럼 숙소에서 오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좁은 시설 때문에 경기 전 휴식을 취할 공간이 태부족하다. 홈팀은 원정팀보다 먼저 경기장에 도착해서 훈련을 마친 뒤 휴식을 갖는데 청주에선 이런 유리함이 전혀 없다. 최근 5년간 청주 29경기에서 실책 29개로 경기당 하나 꼴로 한 데에는 준비 과정부터 집중력이 떨어진 이유도 있다. 
한 선수는 "라커룸에서 충분히 쉴 공간이 없어 구단 버스에서 쉬곤 한다. 차라리 원정경기라면 늦게 와서 짧게 훈련하고 곧바로 경기에 들어가면 되는데 홈경기라 그럴 수도 없다. 경기를 준비하는 측면에선 청주보다 원정경기가 편하다"고 토로했다. 매년 리모델링을 해왔지만 프로구장 시설로 한계가 있다. 
실제로 17일 경기 중 2회 한화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가 투구 중 발을 내딛는 마운드 투구판 아래가 딱딱하자 직접 손과 발로 땅을 골랐다. 보조 요원이 삽과 곡괭이를 들고 나왔고, 계형철 한화 투수코치가 보다 못해 직접 땅을 파보니 딱딱한 석회 물질이 응축돼 덩어리로 나왔다. 경기 후반 정우람도 투구판에 발이 걸리는등 그라운드 관리에서도 미흡함을 드러냈다. 
결정적으로 중앙까지 펜스 거리가 115m에 불과한 청주구장은 전형적인 홈런 구장이지만, 투수력이 약하면서 거포가 부족한 한화 전력상 극악의 조건이다. 최근 5년간 청주에서 한화 타자들이 홈런 28개를 치는 동안 투수들은 무려 58개의 홈런을 얻어맞았다. 두 배 이상 차이 난다. 투수력이 떨어지는 한화가 청주구장만 오면 고전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화가 청주 경기를 계속 외면할 순 없다. 올해 5경기 모두 1만석 전 좌석이 매진되는 등 청주 팬들의 한화 사랑은 뜨겁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의 포항구장, 롯데의 울산구장처럼 다른 팀들이 최신식 구장에서 제2홈경기를 갖는 반면 한화의 청주는 여건이 열악해도 너무 열악하다. 고스란히 경기력으로 이어져 청주구장에 올 때마다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청주=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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