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활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최근 롯데의 야구엔 생동감이 사라졌다.
롯데는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0-7로 패했다. 원정 11연패는 물론 최근 4연패 수렁에 빠졌다.
4연패 후 1승, 그리고 다시 4연패.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10경기 2승8패다. 가장 중요한 시기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5강 경쟁에서 한참 뒤쳐져 있을 뿐더러, 과연 의지가 있는지 조차도 의문이 간다. 그만큼 롯데는 최근 무기력한 모습으로 부끄러운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17일 경기에서 롯데는 1회초 맥스웰의 안타와 김문호의 몸에 맞는 공으로 1사 1,2루의 선취점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중심 타선인 황재균과 강민호가 연달아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기회를 무산시켰다. 결국 3회말 서건창에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고 5회말 박정음의 솔로포와 김하성의 투런포 등으로 5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이후 경기는 더 이상 볼 필요가 없었다. 4회까지 실점 위기를 매번 넘기던 선발 박진형도 타선의 침묵이 부담감으로 작용한 듯, 5회 한 번에 와르르 무너졌다.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춘 박진형에게 좀처럼 볼 수 없던 장면이었다.
이날 롯데는 5안타 3볼넷을 얻어냈다. 득점을 올리지 못할 정도의 기회는 아니었다. 하지만 모두 산발 안타였고 띄엄띄엄 볼넷을 얻어냈다. 투타의 엇박자는 물론 타선의 엇박자까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최근 10경기 롯데는 팀 타율 2할3푼4리에 불과하다. 10경기 평균 득점은 3.8점. 평균자책점은 6.35다. 이길 수 없는 경기들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끈질기게 따라붙는 근성조차 사라졌다. 한때 롯데는 '끝내기의 제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경기 후반 무섭게 추격하는 뒷심을 과시한 바 있다. 6월말, 삼성과의 홈 3연전을 모두 끝내기로 장식한 바 있고,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20일에는 사직 KIA전에서 8회 6점을 뽑아내는 집중력으로 9-6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주장 강민호는 당시 "지고 있고 상대 팀에서 필승조들이 올라와도 선수들 모두가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희망을 놓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느꼈으니 선수들도 경기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희망을 놓지 않으면 된다며 의지를 보인 것이 불과 한 달 전이다. 하지만 롯데는 한 달 만에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체력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혹서기 시즌에 돌입하면서 주전들의 체력이 고갈되어가고 있다. 특히 주전들에 대한 의존도가 극심한 롯데 입장에선 주축들의 체력 관리가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팀들이 이 시기 체력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롯데만의 핑계가 될 수는 없다. 한 경기가 소중한 현 시점에서 관리의 야구를 펼치는 것도 힘들다.
위기에 닥친 것을 돌이킬 수는 없다. 하루 빨리 이를 탈피하는 출구 전력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마저도 여의치 않다. 장기 부상에서 회복한 오승택도 1군에 합류하면서 복귀할 만한 선수는 모두 합류했다. 추가적인 복귀 전력으로는 분위기 전환을 기대할 수 없다. 미봉책으로 라인업을 매번 바꾸면서 벤치에서 전환점을 만드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한계에 봉착한 듯하다.
좀처럼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현재 롯데에 닥친 위기는 심상치 않다. 48승59패로 승패마진은 어느덧 '-11'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5위 KIA와는 4경기 차. 아직 5강을 포기할 단계는 전혀 아니다.
18일부터는 홈으로 돌아와 5위 KIA-4위 SK와 홈 4연전을 갖는다. 만약 이들에게 반등의 성과를 거둔다면 롯데 역시 다시금 희망의 불씨를 타오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정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면. 롯데는 지금 위치에서 더 이상 추락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위기를 탈피하는 출구 전략이 나오지 않는다면 롯데의 가을은 올해도 쓸쓸할 수밖에 없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