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무도' 10년 만에 출연..모든 걸 내려놨다" [인터뷰①]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6.08.18 11: 03

 개그맨 김현철이 이렇게 웃긴 사람이었나, 새삼 느낀 순간이 아니었을까. 지난달 MBC 대표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하면서다. 특히나 김현철에게는 10년 만의 ‘무한도전’ 출연인 셈.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그 사이 프로그램은 모든 연예인들이 게스트로라도 출연을 희망하는 국민 예능이 됐다.
돌이켜보면 나름 초창기 멤버로 활약했던 김현철은 ‘무한도전’과의 악연(?)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방송을 통해 토고전을 감상하다 욕설이 흘러나간 것. 이와 관련해 김현철은 10년이 흐른 후에야 “김태호 PD가 집에서 보는 것처럼 편하게 하라고 해서 했더니 제대로 삐- 처리를 해주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밝혔다. 한 번의 실수로 탄생한 ‘삐- 발’은 이날 시청자들을 가장 배꼽 잡게 한 포인트. 그동안의 연륜은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억울할수록 웃겼고, 진지할수록 빵빵 터졌던 것. 그의 개그는 사실 2006년형 개그가 아닌 2016년형 개그였다고 재평가됐다.
김현철은 최근 OSEN과 만난 자리에서 10년 만에 ‘무한도전’에 출연한 소감을 전했다. 처음에는 고사하려고 했다가 모든 걸 내려놓은 마음으로 방송에 임했다고. 방송에서 화두가 됐던 토고전 사건과 박명수와의 개인기 분쟁 등에 대해서도 솔직한 견해를 털어놨다.

다음은 김현철과 나눈 일문일답.
▲‘무한도전’에 10년 만에 나온 소감이 어땠나.
-사실 처음에는 고사하려고 했다. 완전히 예능스럽기도 하고 박명수와의 저작권 분쟁 때문에 증인으로 나가는 건데 그러한 내용은 예전에도 많이 했기 때문이다. 히트다 히트’로 관심이 쏟아져서 조금 망설이긴 했지만 저와 친분이 있는 명수에 관한 이야기고 사실대로 하고 싶었다.
▲멤버들부터 증인까지 방송 선수들이 다 모였는데 부담스럽진 않았나.
-제가 만약 개그맨으로서 웃긴 거에 목말라있고 누군가를 웃겨야겠다는 강박이 있었다면 방송에서처럼 말하기는 힘들지 않았겠나. 저를 보고 모든 걸 내려놓은 것 같다는 댓글이 있더라. 개그맨들은 서로를 보면 웃지만 사실은 상대가 나보다 웃기면 가슴 아프고 좌절한다. 요즘은 클래식 활동에 보다 많은 비중을 갖다 보니까 마음 편히 있는 그대로 얘기했다. 많은 분들이 재밌어 해주시고 좋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제가 요즘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좋은 결과가 나온 듯하다.
▲모든 걸 내려놨다고 했지만 ‘무한도전’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들었다.
-많은 연예인들이 ‘‘무한도전’에 나가서 못 웃기면 어떡하지’라고 압박감을 가질 것이다. 고정패널 위치에 있는 사람이면 다르지만 단발 출연으로 왔다 갔다 하는 개그맨은 특히 활약을 못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 앞으로 섭외가 안 들어온다는 그런 불안감이다. 예전 저처럼 웃기고자 하는 욕심에 오버하다보면 욕이라도 하게 되는 거고..(숙연해지자 일동웃음) 얼마나 짠하냐. 지금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나름 보람이 있기 때문에 시청자분들 말씀처럼 여유가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
▲쪼쪼댄스와 개인기에 대한 분쟁이 벌어졌는데.
-사실 개인기에 대한 생각이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 말을 서로 안했어도 막상 방송에 나가서 하는 개인기가 똑같을 수도 있다. 게다가 선배들이 이미 예전에 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한 부분이 있다는 걸 방송에서 얘기하고 싶었다. 제가 먼저 했다고 하더라도 운이라는 것이 따르기 마련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는 개인기를 살릴 인기 프로그램을 못 만난 거고 명수는 만난 거다.
▲추후 쪼쪼댄스 원조를 가리는 분쟁위원회가 제대로 열린다면 나설 의향이 있는가.
-그냥 정말 재밌는 에피소드인 거다. 저도 했고 명수도 한 개인기인데, 저는 외우는 걸 잘해서 전곡을 외웠던 거고 명수는 적당히 외우고 뒤에는 자신의 개그를 친 것이다. 굳이 누가 먼저 했다, 안했다고 따지자면 비슷한 시기라고 하겠다. 개그맨들 사이에서 보편적으로 다 그렇다. 제가 머릿속에 갖고 있는 아이디어인데 누군가도 하려고 한다. 더 무서운 것은 선배들도 하려고 했다는 거다. / besodam@osen.co.kr
[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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