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주석의 뜬공 트라우마가 재현됐다. 한화에는 악몽의 7회였고, 하주석에게는 잊고 싶은 하루였다.
17일 청주 두산-한화전. 6회까지 4-4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한화는 6회 송창식에 이어 7회 무사 1루에 권혁을 투입하며 어떻게든 연패를 피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권혁은 1사 1·2루에서 4타점을 폭발한 김재환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 고비를 넘겼다.
다음 상대는 우타자 양의지.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였지만 권혁은 침착하게 양의지를 3구만에 내야 뜬공으로 유도했다. 양의지가 퍼올린 타구는 내야 유격수 하주석 머리 위로 높게 떴다. 평범한 뜬공 타구였고, 한화는 실점 없이 7회초의 고비를 넘기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가 터져 나왔다. 높게 뜬 공을 바라보며 주춤주춤하던 하주석의 몸이 살짝 휘청였고, 글러브 끝을 맞고 타구가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그 사이 2루 주자 박건우가 홈에 들어왔다. 바람도 불지 않았고, 조명에 가리지도 않은 평범한 상황. 생각조차 하지 못한 수비 실책에 한화는 망연자실했다.
이닝이 종료돼야 할 상황에서 리드 점수를 내준 권혁은 계속된 2사 1·3루에서 천적 오재일에게 중전 안타를 맞아 추가 실점까지 빼앗겼다. 스코어가 4-6으로 벌어졌고, 그걸로 승부는 사실상 끝이었다. 한화에도 3번의 공격이 더 남아있었지만 흐름이 넘어간 뒤였다. 하주석에겐 8회 1사 1,2루 찬스가 걸렸지만 김강률의 직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만회 기회마저 날렸다.
하주석의 뜬공 트라우마는 이날 경기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12일 울산 롯데전에서도 2회 강민호의 평범한 뜬공 타구를 떨어뜨리는 실책을 범한 바 있다. 당시에도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하주석의 실책 이후 2실점하면서 동점이 됐고, 결국은 3-4로 역전패한 아픔이 있었다.
하주석은 "예전부터 뜬공 타구를 잡는 것이 어려웠다"고 인정했다. 그 이후 4경기 만에 다시 같은 실책이 결정적인 시점에서 터졌다. 2연패를 당한 한화도 8위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5위 KIA와 격차가 3.5경기로 벌어졌다. 하주석과 한화 모두에 잊고 싶은 하루였다. /waw@osen.co.kr
[사진] 청주=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