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마음으로 열심히 훈련하는 것보다 빠르게 승리로 가는 지름길이 있을까? 장대영(26, VON JIUJITSU)이 우여곡절 끝에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게 폭염에도 휴가를 반납했다. 시합 준비에만 올인하며 승리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고 있다. 부상을 이겨내고 11개월 만에 케이지에 서는 장대영이 달콤한 결과물도 얻어낼 수 있을까?
▲고등학교 때 시작한 복싱과 무에타이
장대영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복싱을 시작했다. 그 계기는 강함에 대한 동경. 남자라면 누구나 강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을 시절이었다. 장대영은 그렇게 복싱 체육관에 다니며 운동의 세계에 입문했다.
당시를 회상하며 장대영은 “그때 당시에 철이 덜 들어서 내가 가장 강하다고 느껴서 다 이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엄청 많이 맞으면서 운동을 했다.”라며 웃었다.
그렇게 약 2년 6개월 정도 복싱을 하다가 장대영은 가슴 아픈 사연으로 방황의 시기를 겪게 됐다. 장대영이 힘들어하자 주변 사람들은 무에타이를 권했다. 장대영은 지인들의 권유대로 무에타이라는 새로운 운동을 배우며 종목을 변경했다.
무에타이는 복싱처럼 주먹으로 타격하는 것이 있지만, 킥이 있어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운동이었다.
“무에타이에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킥을 하지 않다가 새롭게 배우는 것이 어려웠다. 시합에 나가서도 무에타이인데 주먹밖에 안 쓰니까 사람들이 ‘무에타이 시합인데 왜 주먹밖에 안 써?’라는 반응을 보였다. 실전에 나가면 내가 자신 있는 걸 쓰다보니까 주먹 위주로 경기를 하게 됐다”
무에타이를 2년 정도 수련하다가 장대영은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가는 ‘국방의 의무’ 군대에 입대하게 됐다. 그때 장대영의 나이는 20살이었다.
▲다이어트를 위해 시작한 종합격투기, 인생의 터닝포인트
약 2년간 군 생활을 하고 나서 장대영은 앞으로 시작될 사회생활이 막막했다. 전역이 가까워질 무렵이면 누구나 하는 ‘취업 걱정’ 때문이었다.
“군대에 있을 때는 전역하면 다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근데 어렸을 때부터 운동만 해서 그런지 막상 나오니까 직업 선택의 범위가 좁았다”
많은 고민을 하던 장대영은 보안업체에서 일하며 운동과 전혀 다른 일을 시작했다. 보안이라는 것이 운동했던 경력을 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야근을 하는 등 운동 선수의 생활과 전혀 달랐다.
“처음으로 운동이 아닌 다른 일을 했다. 보안 업체에서 일을 했는데, 야간 일을 많이 했다. 야간에 일을 하면 야식을 먹게 됐고, 살이 많이 쪘다. 보안 쪽 일은 서 있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일을 하며 흥미도 느끼지 못했다”
보안 업체에서 일하던 장대영은 다이어트도 할 겸 종합격투기 체육관을 찾아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다이어트가 목적이었고, 선수생활에 대한 생각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종합격투기는 하면 할수록 장대영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예전에 입식 격투기를 할 때도 (에밀리야넨코) 효도르와 (미르코) 크로캅의 경기를 보면서 ‘진정한 싸움꾼’이라는 생각을 했고, 멋있었다. 항상 종합격투기를 할 때 정말 좋고, 행복하다” 장대영은 종합격투기에 대한 사랑을 전하며 종합격투기에 빠진 당시의 감정을 전했다.
▲ 달콤했던 2연승…행복 뒤 찾아온 시련
본격적으로 종합격투기 선수 생활을 시작한 장대영은 2015년 2월 1일 ROAD FC YOUNG GUNS 20에서 정식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상대는 김민호. 장대영은 데뷔전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고 정확한 펀치를 앞세워 1라운드 2분 32초 만에 상대를 제압했다. 3개월 뒤에 열린 ROAD FC YOUNG GUNS 22에서는 정석찬을 1라운드 49초 만에 꺾었다. 이 경기 승리로 장대영은 가장 우수한 영건스 선수에게 주어지는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 최영기 변호사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대영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장대영은 2015년 10월 열린 ROAD FC YOUNG GUNS 025에서 생애 첫 패배를 당했다. ‘신의 전사’ 최무송(21, CHEONMUGWAN)과 접전을 벌였지만, 판정 끝에 패배의 쓴맛을 본 것.
연승이 좌절된 장대영에게 설상가상으로 부상도 찾아왔다. 부상은 손등 골절. 타격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는 장대영에게 뼈아픈 부상이었다. 손등 골절이 회복된 후 올해 7월 2일, 잡힌 XIAOMI ROAD FC 032 허 지안웨이(27, HJW MMA TEAM)와 대결 전에는 오른족 발목에 부상을 입었다. 시합을 불과 2주 앞두고 생긴 부상. 장대영은 부상의 악령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했다.
부상으로 출전이 좌절된 장대영 대신 스승인 김옥명이 허 지안웨이와의 대결을 자청했다. 김옥명은 시합 체중을 맞추기 위해 10일 동안 11kg을 감량했다. 제대로 된 컨디션으로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김옥명이 출전한 경기는 중국에서 열리는 ROAD FC 대회였다. 중국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컨디션 조절이 더욱 힘들었다.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관장님이 10일 만에 11kg을 감량하셨다. 내가 해야 되는데 관장님이 나 대신에 출전 하셔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더 고통스러웠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김옥명은 허 지안웨이에 판정승을 거뒀다. 경기를 전부 소화하는 것조차 힘겨웠지만, 정신력으로 극복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장대영이 “승리한 것은 정말 기적이다”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 11개월 만에 케이지 올라갈 천금 같은 기회
부상에서 회복한 장대영은 기다림 끝에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9월 10일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올림픽 체육관에서 개최되는 XIAOMI ROAD FC 033 2부 세 번째 경기에서 중국의 밴텀급 강자 알라텡헬리와 대결한다. 그의 가장 최근 경기인 최무송과의 대결 이후 약 11개월 만에 케이지에 복귀하는 것이다.
장대영은 “정말 기쁘다. 나에게는 소중한 기회이고, 지난 경기 출전 좌절로 독기가 더 많이 올라왔다. 힘들긴 했지만, 지난 경기에 있었던 과정이 심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고, 위기가 기회로 온 것처럼 이번에 정말 열심히 죽을힘을 다해서 훈련하고 있다”라며 복귀 소감을 전했다.
말 그대로 장대영에게 이번 경기는 기회다. 절실하고 간절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지난 대회처럼 부상을 입을 수 있기에 부상을 당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훈련 강도가 약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부상을 안 당하기 위해서 스파링을 강하게 하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 기술 훈련과 가벼운 스파링을 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산을 뛰고 있다.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서 실내에서 런닝을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있다. 오후에는 체육관에서 계속 운동을 하면서 시합에 대비하고 있다”
복귀전을 치르는 장대영을 상대할 파이터는 중국의 알라텡헬리(25, TEAM ALATENG)다. ROAD FC 데뷔 후 파죽지세 3연승을 거둔 파이터로 레슬링이 장점인 선수다. 장대영 입장에서 얕잡아 볼 상대가 아니다.
장대영은 “알라텡헬리 선수의 모든 경기를 다 봤다. 체력적인 부분이 강하다고 생각하고,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다. 나보다 베테랑 선수니까 배운다는 생각으로 시합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알라텡헬리에 대해 이야기 했다.
알라텡헬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장대영은 그에 대해 철저히 분석했다는 얘기도 꺼냈다. 알라텡헬리의 모든 패턴을 다 분석해 완벽하게 경기할 준비를 했다는 것.
“전략적인 부분을 밝히기는 좀 그렇다”라고 잠시 망설인 장대영은 “레슬러와 타격가의 경기가 많다. 그 동영상들을 보면서 타격가들이 어떻게 경기하고, 레슬러들이 어떻게 경기하는 지 분석해 주짓수 훈련을 하고 있다. 타격과 주짓수를 준비하고 있다. 이 부분은 알라텡헬리 선수보다 더 잘할 자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알라텡헬리 선수는) 타격의 패턴이 단조롭다. 그 패턴이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타격이 아니다. 레슬링을 위한 타격이다. 어차피 그 주먹을 이용해 태클을 노릴 것이다. 물론 변칙적인 작전을 쓸 수도 있지만, 스타일이 하루 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 정말 철저하게 알라텡헬리 선수의 모든 것을 다 분석하고 있다. 완벽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훈련을 하고 있기에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더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장대영은 소중한 기회에서 승리라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죽을 만큼 노력하고 있고, 열심히 응원해주시는 만큼 반드시 승리하고 돌아오겠다”라고 말하는 장대영. 그의 바람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 질 수 있을까.
한편 장대영이 소속되어 있는 ROAD FC (로드FC)는 중국 허페이올림픽체육관에서 XIAOMI ROAD FC 033을 개최한다. XIAOMI ROAD FC 033의 메인 이벤트는 아오르꺼러와 명현만의 무제한급 대결이다. 이번 대회는 ‘New Wave MMA’ ROAD FC (로드FC)의 네 번째 중국 대회로 14억 인구가 시청하는 중국 최대 국영방송국 CCTV에서 중계한다. / 10bird@osen.co.kr
[사진] 로드F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