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꿈꿨던 SK, 라라 쪽박에 '5강 위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8.17 10: 27

가격 대비 대박을 꿈꿨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SK 대체 외국인 선수 브라울리오 라라(28)가 부진한 투구 내용으로 팀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두 달 동안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한 채 선발 로테이션에서도 탈락할 위기다. 현장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SK는 구속 저하 등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던 크리스 세든 대신 지난 6월 23일 라라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중간에 올스타 브레이크가 있기는 했지만 시간으로만 따지면 두 달 가까이가 지난 셈이다. 그러나 라라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7경기(선발 5경기)에 출전, 1승4패1홀드 평균자책점 5.93에 그치고 있다. 올 시즌 내내 불펜으로 뛴 탓에 투구수를 끌어올리는 과정까지 밟아 출전 경기, 소화 이닝조차 적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몸값으로 영입한 파비오 카스티요(한화)는 45이닝을 던졌다. 약간 먼저 들어온 것도 있었지만 카스티요는 올 시즌 내내 선발로 뛰어 라라와 같은 조정 기간이 필요 없었다. 경기마다 기복은 있지만 어쨌든 4승을 따냈고 퀄리티스타트도 3번이다. 반면 라라는 27⅓이닝 투구에 그치고 있다. 갑자기 불어난 이닝에 팔꿈치 통증을 느끼기도 했다. 시즌 시작이라면 대비 시간이 있지만, 시즌 도중에 불펜에서 뛰었던 투수를 영입한 것에 대한 우려가 시작부터 나왔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틀리지 않은 셈이 됐다.

세부 지표를 보면 SK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5번의 선발 경기 중 승리는 단 한 번도 없었고,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또한 단 1번에 불과했다. 그나마 해당 경기(8월 10일 잠실 LG전)도 6이닝 동안 볼넷 6개 등 12번의 피출루를 허용하면서 간신히 퀄리티스타트 고지를 밟은 것이었다. 피안타율은 3할4푼2리,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1.83에 이른다. 매 이닝 주자를 깔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도드라지고 있다. 라라는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좌완 투수다. 그러나 제구가 그다지 정교하지 못하다. 여기에 변화구 구사 능력도 떨어진다. 커브를 주무기로 삼고 있지만 다른 변화구는 거의 활용하지 못하는 중이다. 라라는 입국 당시 “커브가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이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도 던질 수 있다”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패스트볼-커브 투피치 유형의 투수임이 드러났다.
여기에 기본기 측면에서도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퀵모션이 그렇게 느린 편은 아니지만 견제에 취약해 뛰는 야구에 약점을 보이고 있다. 또한 번트 수비 등 기본기도 약하다. 미국 야구에 비하면 좀 더 변칙적인 작전이 많은 KBO 리그에서는 먹잇감이 되기에 딱 좋다. 여기에 타 팀에서는 “라라의 빠른 공과 커브 팔 스윙이 조금 다르다”라며 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
16일 잠실 LG전에서는 1⅓이닝 8피안타 7실점으로 무너졌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LG 타자들은 라라의 빠른 공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공에 힘이 있어 정타로 만들기는 쉽지 않았으나 최대한 커트를 하며 실투가 들어오길 기다린 끝에 라라 공략에 성공했다. 150㎞의 빠른 공도 힘이 떨어지고 변화가 적어 표면적인 구속보다는 위력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여기에 KBO 리그의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하는 양상도 뚜렷하다. 이제 라라의 단점은 모든 구단들이 알고 있다.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코칭스태프에서는 라라의 견제 모션을 수정함과 동시에 새 변화구 연마에 노력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드러나지 않는다. 슬라이더만 있어도 좀 더 수월하게 경기를 이끌어갈 수 있는데 손에 맞지 않아 사실상 포기했다. 대신 컷패스트볼 장착을 위해 노력했으나 아직 실전에서 써먹을 만한 수준이 아니다. 당분간은 투피치 유형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선발 투수로서는 힘겨운 조건이다.
SK는 라라가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강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싼 게 비지떡’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게 됐다. 타 팀에 비해 외국인에 대한 투자 금액이 적었던 SK로서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좀 더 과감한 투자가 있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가뜩이나 외국인 풀이 좁은 상황에서 정해진 예산 안에 선수를 영입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결국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를 공산이 커졌다. 현 시점에서 외국인 선수 교체는 쉽지 않다. 설사 데려와도 포스트시즌에는 출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안고 가야 할 상황에서 향후 활용법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에이스 김광현이 이번 주 조정 기간을 거쳐 늦어도 다음 주말부터는 선발 로테이션에 재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온 임준혁도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라라를 불펜으로 돌리는 방법도 하나의 시나리오다. 어차피 SK도 불펜 운영이 힘겨운 상태고, 라라는 지난 2년의 대부분의 시간을 불펜에서 뛰었다. 김용희 감독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고려 중”이라고 했다. 이런 현실 자체가 SK의 실패를 의미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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