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당황시킨 日농구, 막대한 투자의 결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8.17 08: 35

신체조건과 힘에서는 밀렸다. 하지만 일본이 농구를 못한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일본여자농구대표팀은 1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아레나1에서 벌어진 리우올림픽 여자농구 8강전에서 최강 미국에 64-110으로 대패해 탈락했다. 일본은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7위 후 20년 만에 세계 8강 진입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졌지만 얻은 것이 많은 경기였다. 당초 일본은 미국을 상대로 아무것도 못해보고 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일본은 신체조건의 열세에도 불구, 기술적으로는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일본의 무기는 스피드와 3점슛이었다. 신체조건에서 워낙 밀리기에 얼리오펜스가 아니면 답이 없었다. 일본은 미국을 상대로 속공을 성공시키며 선전했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얻어낸 오픈기회는 정확한 3점슛으로 이어졌다. 적어도 공격에서는 일본이 준비한 작전이 척척 먹혀들었다. 일본의 선전에 미국도 작전시간을 요청하기도.  
주전가드 요시다 아사미는 단독 속공에 나섰다가 마야 무어에게 파울을 당하기도 했다. 골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발군의 스피드는 돋보인 장면이었다. 요시다 아사미는 화려한 드리블로 치고 들어가 도카시키 라무에서 패스를 내주기도 했다. 개인기와 시야가 탁월했다. 
일본은 놀라울 정도의 3점슛 성공률(8/21, 38%)을 기록했다. 노마크에서 잡아서 쏘는 슛 뿐 아니라 드리블을 치면서 직접 올라가는 슛도 좋았다. 미카 쿠리하라(12점, 3점슛 4/7)는 스텝백 점프슛을 넣어 놀러 온 카멜로 앤서니가 놀랄 정도였다. 미국선수들이 잠깐 방심하면 일본은 빈 공간으로 컷인해서 쉬운 레이업슛을 올려놨다. 일본은 2쿼터 종료 2분을 남겨두고 44-46으로 맹추격하는 등 충분한 저력을 보였다. 반면 리바운드는 26-50으로 크게 밀렸다.  
미국 NBC방송 해설자는 “일본은 런앤건 농구를 제대로 구사한다. 미국이 조금만 틈을 줘도 정확한 3점슛이 날아든다”며 일본의 실력을 인정했다. 
불과 7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농구는 일본에 앞선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한국은 2009년 인천에서 개최한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에서 우승했다. 정선민, 변연하 등 노장들이 마지막 불꽃을 태운 선물이었다. 
이후 한국과 일본의 형세는 완전히 역전된 지 오래다. 일본은 엄청난 숫자의 아마추어 선수들을 자양분 삼아 국가대표팀까지 일대 혁신을 이뤄냈다. 일본농구협회는 전세기를 대령해 호주전지훈련을 보낼 정도로 대표팀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아식스, 언더아머 등 글로벌 스포츠브랜드들이 대표팀을 후원하고 있다. 대표팀이 모여도 연습복도 제대로 없는 한국대표팀과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일본은 미국의 신체조건과 힘에 밀렸지만, 기술은 좋았다. 반대로 말하면 일본이 체격만 개량한다면 세계농구와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본농구협회는 이미 다수의 15세 이하 세네갈 선수들을 귀화시키며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16세 이하에 국적을 바꾼 선수는 귀화선수 규정에 저촉되지 않아 여러 명이 동시에 출전할 수 있다.
반면 한국여자농구는 저변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출전가능 선수가 5~6명에 불과한 고교팀이 한 둘이 아니다.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나 투자도 전무하다.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는 추세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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