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김현수 넘어 두산 좌타자 시즌 최다홈런
심정수-김동주가 기록한 31개에도 2개차로 접근
두산 토종타자 홈런의 역사가 김재환(28)에 의해 바뀐다. 첫 번째 산이었던 김현수를 넘어 또 다른 양대산맥 심정수와 김동주 기록도 넘본다.
김재환은 16일 청주 한화전에서 2회초 윤규진의 초구 가운데 낮게 떨어지는 128km 포크볼을 걷어 올려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0m, 시즌 29호 홈런. 그냥 단순한 홈런이 아니었다. 지난해 김현수(볼티모어)가 기록한 두산 좌타자 한 시즌 최다 28홈런을 넘어선 팀 기록이었다.
지난해까지 두산의 좌타자로는 2015년 김현수가 28개로 최다 홈런을 터뜨린 가운데 2001년 심재학, 2010년 김현수·이성열이 24홈런으로 공동 2위에 올랐다. 이어 2009년 김현수가 23개로 좌타자 20홈런 이상은 3명의 타자가 5번을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올해 김재환이 이 모든 것을 갈아치웠다.
29호 홈런을 터뜨린 한화전을 마치고 김재환은 "너무나 기분 좋고 영광스럽다. (김)현수형은 대선수이고, 범접할 수 없는 선수의 기록이기에 그 숫자나 의미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고 기쁨을 나타냈다. 김현수를 넘어 이제는 두산 토종타자로는 최다 홈런 기록을 갖고 있는 심정수와 김동주도 넘본다.
심정수는 1999년, 김동주는 2000년 31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두산 토종 최다홈런 기록을 갖고 있다. 김재환이 3개의 홈런만 더 추가하면 프랜차이즈 사상 최다기록을 쓰게 된다. 두산은 잔여 36경기를 남겨 놓고 있고, 최근 김재환의 페이스를 볼 때 심정수·김동주의 31홈런도 무난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또 하나 있다. 심정수와 김동주가 31홈런을 터뜨린 1999~2000년 잠실구장은 홈에서 펜스까지 거리가 지금보다 조금 짧았다. 중앙은 125m로 같지만, 좌우 거리가 95m로 지금의 100m보다 5m가 짧았다. 김재환의 잠실구장에서 터뜨린 홈런 14개 중 11개를 우측, 1개를 좌측으로 넘겼다. 선배들보다 더 불리한 조건 속에 더 많은 홈런 페이스다.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홈런 레이스가 잠시 주춤했던 김재환은 최근 7경기에서 5개 홈런을 몰아치고 있다. 올 시즌 홈런 29개 중 절반에 가까운 14개를 잠실구장에서 터뜨릴 만큼 구장을 가리지 않는 파워를 자랑한다. KBO리그에서 5년간 통산 홈런 174홈런을 터뜨린 타이론 우즈가 잠실구장에서만 절반이 넘는 90개 홈런을 기록했는데 이와 비견될 만한 파워다.
한편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며 한 시즌 30홈런을 넘긴 좌타자는 지금까지 1명밖에 없다. 지난 1999년 LG 이병규가 정확히 30개 홈런을 터뜨렸다. 당시 극심한 타고투저 흐름이 리그를 지배할 때였다. 그로부터 17년 만에 김재환이 잠실을 홈으로 쓰는 좌타자로는 두 번째 30홈런을 목전에 두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