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연속 20도루' 정근우가 빛나는 진짜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8.17 05: 54

정근우, KBO 최초로 11년 연속 20도루 위업  
잔부상에도 꾸준한 출전, 팀 앞세운 희생정신
"그러면 경기 못 뛰잖아". 

16일 청주 두산전을 앞둔 한화 주장 정근우(34)의 오른쪽 눈가에는 다래끼가 나있었다. 눈동자 주변은 붉게 충혈돼 한눈에도 눈병임을 알 수 있었다. 투수 권혁은 "(다래끼를) 잘라내고 좀 쉬지"라며 걱정을 헀지만 정근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러면 경기 못 뛴다"고 말했다. 
그는 "눈병에 걸린 지도 한 달이 넘었다. (다래끼를) 짜면 고름이 덧날까봐 그냥 두고 있다. 계속 눈을 깜빡깜빡 하게 된다. 요즘 날이 덥고, 땀도 많이 나 불편하기는 하다"면서도 "경기하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다. 그럴수록 더 정신 차리고 집중하면 된다"고 싱긋 웃어보였다. 
이날 정근우는 KBO리그 최초 대기록을 세웠다. 5회말 좌측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3루 베이스를 훔치며 시즌 20호 도루를 기록했다. 지난 2006년부터 11년 연속 20도루 기록을 달성한 순간이었다. KBO리그 최초의 기록으로 당분간 누구도 쉽게 범접할 수 없다. 꾸준함이 빚어낸 대기록이다. 
도루가 많은 선수들은 체력적인 소모가 많고, 늘 부상을 달고 다닌다. 정근우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크고 작은 부상에 눈병까지 앓고 있지만 어떻게든 경기에 나가려 한다. 도루왕 타이틀은 가져간 적이 없지만 11년 연속으로 20도루 이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11년 연속 90경기 이상 꾸준히 뛴 결과다. 옆구리를 다친 2011년에만 90경기를 뛰었을 뿐, 나머지 10시즌은 모두 100경기 이상을 출장하고 있는 중이다. 
정근우의 20도루 기록은 발야구가 한창 붐을 일으킨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발야구가 성공한 뒤 저마다 그에 대한 대비책을 들고 나왔고, 올 시즌에는 역대 가장 낮은 도루성공률의 해가 되고 있다. 정근우 역시 "처음 20도루를 했을 때랑 많이 다르다. 투수들의 퀵모션이 짧아졌고, 포수들의 송구 능력이 좋아졌다. 전체적으로 시간이 짧아졌고, 분석을 통해 견제도 많이 한다"며 예전보다 도루하기가 어려운 환경임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정근우는 올 시즌 80%의 높은 성공률로 20도루 고지를 점했다. 개인 기록만을 생각하며 뛴 것이 아니다. 팀 상황과 경기 흐름을 보며 움직였다. 19도루 이후 14경기 연속 도루가 없었던 그에게 체력 문제는 두 번째였다. "괜히 나 혼자만의 욕심으로 뛰었다가 흐름이 끊어질 수 있다. 내 뒤에 잘 치는 타자들이 많다. 요즘 같은 날 도루하는 건 체력적으로 힘들긴 힘들지만 체력보다 경기 흐름을 생각한 영향이 크다"는 게 정근우의 말이다. 
11년 연속 20도루 기록을 세웠지만 정근우에게 더 중요한 것은 팀 성적이다. 그는 "지금은 매 경기, 매 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다. 순위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려고 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먼저이고, 그러다 보면 결과가 따라올 것이다"고 말했다. 힘겨운 5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화이지만 정근우를 중심으로 선수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waw@osen.co.kr
[사진] 청주=이동해 기자 esa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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