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싸귀’ 권율, 악귀일까 싸이코패스일까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8.17 06: 53

tvN ‘싸우자 귀신아’ 옥택연과 김소현이 로맨스를, 강기영과 이다윗이 코미디를 담당한다면, 이 드라마의 스릴을 만드는 건 단연 권율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선한 눈의 수의사가 밤만 되면 돌변해서 사람을 죽이고, 귀신들을 소멸시킨다.
처음에는 극 중 주혜성(권율 분)이 의심의 여지 없는 싸이코패스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자신의 손을 긁었다고 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이는 대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잔혹함의 강도는 점점 올라갔다. 주혜성은 핏기 없는 얼굴에 비릿한 미소를 띄우며 사람을 죽이곤 했다. 저지른 살인을 덮기 위해 또 다른 살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주혜성의 살인에 패턴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완벽히 우발적으로 누군가를 죽인 것이 아니라, 뚜렷한 목적을 갖고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그의 과거를 파고 들수록 박봉팔(옥택연 분)의 엄마를 죽게 만든 사고, 김현지(김소현 분)를 5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게 만든 사고, 심지어 어린 시절 벌어진 아버지의 추락사에도 주혜성이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현지의 사고 때는 직접적으로 그가 갖고 있는 ‘무언가’를 요구하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여태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알려진 바로는 박봉팔의 어머니가 악귀에게 등을 떠밀려 목숨을 잃는 사고를 당했고, 이 귀신을 명철스님(김상호 분)이 쫓고 있다. 이 와중에 주혜성은 박봉팔 어머니의 신위가 모셔진 절을 찾았고, 그와 마주친 박봉팔 아버지는 도망쳤다. 이 밖에도 극 중 일어난 정황 증거들로 미루어 보았을 때 주혜성에게 악귀가 쓰여 있다는 짐작에 힘이 실린다. 주혜성의 공식 캐릭터 소개에 ‘어렸을 적 죽음의 문턱을 건넜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후’ ‘남들과 조금 다른 무언가가 생겼다’고 적혀 있는 점도 그렇다.
다시 주혜성 싸이코패스설을 밀어 볼 근거도 있다. 지난 16일 방송된 ‘싸우자 귀신아’에서는 주혜성의 과거가 일부 공개됐는데, 그의 아버지는 늘 술에 잔뜩 취해 어머니를 때리곤 했다. 만취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향한 증오가 어린 주혜성을 잠식할 만큼 악한 기운으로 바뀌고, 이 힘이 되레 주혜성의 인간성을 앗아갔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할 듯하다. 다시 말해 아버지로부터 받은 심신의 상처가 주혜성의 정신에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것이다. 
주혜성은 동명의 원작 웹툰에 없는, 드라마에서 새롭게 창조된 인물이라 더 행동을 예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어떤 예측이 오고 가든, 주혜성이 박봉팔의 퇴마길 끝판왕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이날 방송 말미 13화 예고에서 주혜성이 김현지의 심리치료를 맡게 되는 장면이 공개됐다. 이처럼 주혜성이 김현지에게 접근해 얻어내려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잔혹함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싸우자 귀신아’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