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토종 우완 선발 10승 없어
장기적인 안목으로 육성 필요
여전한 타고투저의 흐름과 함께 우완 가뭄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제 경쟁력과도 관계가 있는 부분인 만큼 관심이 쏠린다.
총 5명(배영수, 윤성환, 송승준, 류제국, 노경은)의 우완 선발투수(이하 사이드암 혹은 언더핸드 유형 제외)가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던 2013년 이후 KBO리그는 토종 우완 선발 가뭄을 맞이했다. 10승 이상을 거두며 새로운 우완 샛별로 떠오른 인물은 3년 동안 없었다.
굳이 시기를 가르자면 2014년부터 토종 우완 10승 투수를 찾기 힘들어졌다. 2014년에는 윤성환(삼성, 12승)밖에 없었다. 우규민(LG, 11승), 이재학(NC, 10승)은 사이드암이다. 공교롭게 배영수, 송승준, 류제국, 노경은 모두 1년 전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남겼다.
2015 시즌엔 윤성환(17승)이 전년보다 5승을 더 거두고 손민한(당시 NC, 11승)도 두 자릿수 승리 대열에 합류했지만 손민한은 떠오르는 스타가 아닌 옛 에이스의 부활이었다. 한현희(넥센), 우규민(이상 11승), 이재학(10승)도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기는 했지만 사이드암이고, 이태양(당시 NC, 10승)은 이제 언급되면 안 될 인물이 됐다. 안영명(한화, 10승)도 두 자릿수 승리는 달성했지만 풀타임 선발은 아니었다.
지난해의 경우 2014년보다는 사정이 많이 좋아졌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2014년에 가까운 모습이다. 사이드암인 신재영(넥센, 12승)은 스타덤에 올랐지만 토종 우완 정통파 투수의 10승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단골손님 윤성환이 9승으로 가장 근접한 상태다.
그 다음으로는 송창식(한화)과 류제국(LG, 이상 8승)이 10승에 가장 가깝다. 하지만 송창식은 선발 요원이 아니다. 기형적 기용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앞세워 던지며 쌓은 승리들이다. 그리고 류제국은 이미 10승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므로 새 얼굴과는 거리가 멀다.
리그가 원하는 새로운 토종 우완 선발투수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이를 꼽자면 박세웅(롯데)이 있다. kt 시절 퓨처스리그에서 1년을 보낸 뒤 1군에서 두 시즌째 뛰고 있는 그는 올해 7승 9패, 평균자책점 5.26을 올리고 있다. 볼넷과 장타 허용을 줄일 필요는 있지만 그래도 우리나이로 22세에 불과하다는 점을 떠올리면 젊은 우완 선발 중에서는 단연 돋보인다.
리그 전체의 발전과 국가대표팀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젊은 우완 선발투수들의 성장이 필요하다. 지난해 프리미어12 대표팀 역시 눈에 띄는 우완 선발 요원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이대은(지바 롯데 마린스)이 쏠쏠하게 던져줬지만, 일본에서 9승을 거뒀던 1년 전과 달리 올해는 상황이 좋지 않다. 주로 2군에 머물고 있다. 당장 2017 WBC에서 우완 선발로 던질 선수를 두고도 기술위원회는 깊은 고민을 해야만 한다.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다면 우완에 비해 풍부한 좌완과 사이드암으로 대체하며 불펜 비중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WBC는 투구 수 제한도 있어 어차피 선발을 짧게 끊고 불펜을 여럿 붙이는 방식의 운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장기적인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우완 선발 육성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스트라이크존을 넓혀 투수들이 장기적으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있고, 매년 순위 싸움이 치열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는 있지만 우수한 자원들을 구단에서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길도 있다. 또한 아마추어에서는 성적 지상주의로 인한 혹사를 줄여야 한다. 많은 투수들이 입단 전후로 수술을 받거나 재활에 들어가는데, 이는 리그 전체로 봐도 큰 손실이다. /nick@osen.co.kr